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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벌써 1년여 전인 밴쿠버 동계올림픽 때 필자는 김연아 선수가 출전했던 피겨 여자 싱글 대회만큼 아이스댄스 부문을 관심있게 지켜봤다. 기량과 외모가 출중한 커플이 있어 관심을 갖고 경기를 보게 됐는데, 결국 금메달을 거머쥔 이 팀은 캐나다의 테사 버츄와 스콧 모이어 커플이었다. 각각 8세, 10세 때부터 짝을 이뤄 한 팀으로 훈련했다는 이들의 호흡은 그야말로 ‘눈빛만 봐도 척’이었다.
이 환상의 커플이 프리 댄스 경기에서 사용한 곡은 말러의 교향곡 제 5번 중 ‘아다지에토’ 악장이었다. 모든 교향곡의 느린 악장 가운데서도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이 곡에 맞춰 이 커플은 온몸으로 음악을 표현해냈다. 숨이 막힐 듯한 아름다운 곡에 걸맞는 대단한 연기였다. 올림픽이 끝난 지 1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 순간이다.
영화 ‘베니스에서 죽다’에서도 인상적으로 쓰인 이 악장은 교향곡과 별도로 단독으로도 자주 연주된다. 로버트 케네디 미국 상원의원의 장례식에서 레너드 번스타인의 지휘로 연주되기도 했다.
한편 이번 세계 피겨 선수권에서 김연아 선수가 사용할 음악 중 하나는 발레 ‘지젤’의 음악이다. 프랑스 작곡가 아돌프 아당이 곡을 쓴 이 발레 작품이 낭만 발레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데는 아당의 아름다운 음악도 한 몫한다. 사랑하는 이에게 배신당한 지젤의 광기와 슬픔은 아당의 감성적인 선율과 화성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져온다. 아당이 작곡한 여러 편의 발레 음악 중 ‘해적’ 역시 자주 공연되며, 우리에게도 친숙한 크리스마스 캐롤 ‘오 홀리 나잇’도 그의 작품이다.
예쁜 의상, 감탄이 절로 나오는 점프와 기술. 피겨스케이팅의 매력은 다양하다. 하지만 거기에 더해 어떤 선수가 어떤 클래식 음악을 사용하는지 귀 기울여 들어보는 것도 피겨스케이팅을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