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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물가 큰손 ‘글렌코어’ 투기 확인 파문…세계 상품가격 ‘쥐락펴락’
뉴스종합| 2011-04-25 14:33
세계 최대의 상품거래 업체인 스위스의 글렌코어가 러시아 정부의 곡물 수출중단 조치 직전에 베팅해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24일 보도했다.

세계 최대 상품 중개회사가 곡물가 폭등을 사전에 감지해 투기적인 자기자본거래(프랍트레이딩)를 일삼았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큰 파장을 불러올 전망이다. 국제 곡물가 폭등의 주원인이 투기세력 때문이라는 점이 명확하게 드러난 셈이기 때문이다. 글렌코어가 러시아 정부의 곡물 수출중단 조치를 사전에 알았거나 혹은 러 정부와 공모했다는 의혹이 꼬리를 물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자산규모 720억달러의 세계 최대 원자재 거래 업체였지만 철저히 모든 거래 내역이 비밀에 부쳐졌던 글렌코어의 실체가 양파 껍질 벗겨지듯 하나씩 드러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앞서 파이낸셜타임스는 글렌코어가 상장을 위해 영국 금융당국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이 회사가 세계 광물과 곡물 시장에 막강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 상품 시장 거래 전문가들도 놀라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글렌코어의 지배력=글렌코어가 런던 금융당국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 아연 거래의 60%, 구리의 50%, 납 거래는 45%를 장악하고 있고 알루미나는 38%, 석탄 시장은 거래량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광물뿐만 아니라 곡물에서도 미국의 카길과 함께 세계 시장을 분할하고 있다.

글렌코어는 이런 막강한 지배력으로 시장을 장악한 데 이어 이번에는 생산까지 수익 계열화를 꾀하고 있다.

이 회사가 40여년간의 비밀주의를 깨고 기업공개를 하게 된 것도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광산 및 곡물 생산기지의 인수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글렌코어는 홍콩과 런던 증시에서 다음달 말 최소 600억달러 규모의 기업으로 상장한다.

글렌코어는 상장하자마자 일단 호주의 광산업체인 엑스트라타를 인수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분 34%, 240억달러어치를 소유하고 있어 추가 인수가 용이하다. 또 카자흐스탄의 광산업체인 카진크를 32억달러에 인수할 예정이다. 이반 글래센버그 글렌코어 CEO는 추가 인수 합병을 통한 글렌코어의 수직 계열화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세계 곡물과 광물의 유통을 장악한 데 이어 생산까지도 차지해 시장 가격을 뒤흔들겠다는 전략이다.

▶어두운 과거=글렌코어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은 거대한 시장 지배력뿐 아니라 어두운 회사의 과거도 한몫 한다.

이 회사는 지난 1974년 미국에서 원유 거래 업자인 마크 리치가 설립한 마크 리치&CO가 모태이다. 1983년 당시 뉴욕주 검찰총장이었던 루돌프 줄리아니가 탈세혐의로 이 회사를 기소하자 마크 리치가 스위스로 도피해서 설립한 회사가 글렌코어이다.

리치는 스위스에서도 성공적인 투자와 화려한 생활을 영위했고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2001년 백악관을 떠나기 며칠 전 그를 사면해 당시 특혜 로비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리치는 지난 1994년 남아공 출신의 유태인이자 미국 리치 사의 석유 트레이더였던 현 CEO 글래센버그에게 6억달러에 경영권을 매각했다. 하지만 이 회사의 주주가 485명에 불과하고 면면이 알려지지 않고 있어 유태인 큰손들이 주인이라는 설도 있다.

고지희 기자/j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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