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조모(48) 씨. 그는 토요일인 30일 서울 난지캠핑장에서 가족캠핑을 계획했다. 중학생 아들의 중간시험이 끝나는 데다 텐트 속에서 가족만의 즐거운 봄 추억을 만들기 위해서다.
조 씨는 그러나 이를 접었다. 서울 등 중부 지방에 내린 호우 예비 특보 탓이다. 서울에 호우 예비 특보가 내려지는 것은 2002년 이후 9년 만이다. 조 씨는 “일요일인 5월 1일에는 황사 폭탄까지 쏟아진다니, 해도 너무하다”고 푸념했다.
4월이 다 가도록 ‘춘래불사춘’이다. 저물어가는 봄꽃의 마지막 향연을 즐기려던 시민들은 오는 30일 전국을 강타하는 큰 비와 잇달아 찾아오는 황사 때문에 한껏 준비한 주말계획을 망칠 위기에 처했다.
기상청은 29일 밤 서해안 지역부터 시작한 비가 30일 전국을 뒤덮어 5~40㎜가량의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곳에 따라 시간당 20㎜ 이상의 비폭탄이 천둥, 번개와 함께 덮쳐오는 곳도 있겠다.
2002년 이후 9년 만에 처음으로 장마철도 아닌 4월에 호우 특보가 내릴 가능성도 점쳐진다. 전라북도 지역은 30~60㎜에 최대 80㎜까지 비가 올 전망이기 때문이다. 12시간 강수량이 80㎜ 이상이면 호우 특보 중 호우주의보가 발효된다.
천둥과 번개, 돌풍을 동반한 강한 비가 한반도를 쓸고 지나가면 30일 밤부터 다음달 1일까지 짙은 황사가 다시 전국을 덮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말계획을 세워놓았던 시민들은 울상이다. 중ㆍ고교생 자녀를 둔 임모(48) 씨는 “29일 아이들 중간시험이 끝나 주말에 가족이 함께 공원으로 놀러가려 했는데 비바람이 몰아친다니 어떻게 가겠느냐”며 “벌써부터 놀러가지 못하게 된 아이들이 성화를 부린다”고 한숨을 쉬었다. 졸업을 앞둔 대학생 김모(26) 씨는 “캠퍼스에 벚꽃이 날리는 모습을 보면서 놀러가고 싶은 것을 시험 때문에 참았는데, 시험이 끝나니 ‘날씨 테러’가 찾아오느냐”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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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서울에 갑작스러운 비가 내려 미처 우산을 준비 못한 직장인들이 신문을 쓰고 출근길을 서두르고 있다. 기상청은 주말에 폭우가 쏟아질 것으로 예보했다.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
주말에 벼르던 골프 약속을 잡았다는 곽모(50) 씨는 “멤버를 다 맞춘 거라 예약을 취소해야 할지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며 망설였다.
특히 지난 13일부터 공식 개화한 벚꽃이 지난 20일 절정을 기록하고 서서히 사그라지는 상황에서 이번주 말은 봄꽃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마지막 시기라 시민들의 안타까움이 더하고 있다.
지난주 말도 22일 새벽부터 돌풍과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가 온 후 23일부터 연일 강한 바람과 비 소식이 찾아오고 평년보다 쌀쌀한 날씨가 이어져 봄을 잃어버린 상태가 계속돼왔다.
기상청은 30일 지상에는 남쪽 해상을 건너온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유입되고 있는데 5㎞ 상공 부근인 상층에서는 영하 20도 내외의 차가운 공기가 위치해, 불안정한 대기에 대류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에 많은 비가 찾아온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기상청은 “30일에는 야외활동에 지장이 있을 것 같다”며 “30일 밤부터 불어오는 황사는 매우 짙을 것으로 예상돼 향후 기상 정보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도현정 기자/kate01@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