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보스턴컨설팅그룹 ‘현대車그룹 경쟁력’ 보고서 ... ...“현대車 잘 나갈때 뒤돌아 봐라”
뉴스종합| 2011-05-03 11:06
“기업이 한창 잘나갈 때 오히려 주변을 살펴 전열을 정비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준비해야 한다. 현대차그룹에 있어 지금이 바로 그 시점이다.”(보스턴컨설팅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의 기세가 대단하다. 특히 주력인 자동차의 질주는 거침이 없다. 지난 2008년 하반기, 전 세계를 강타한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쟁사들이 휘청거리는 동안 현대ㆍ기아차는 앞으로 내달릴 준비를 마쳤다. 이듬해인 2009년에는 전 세계 시장에서 464만대의 자동차를 내다 팔며 글로벌 자동차업계에서 태풍의 눈으로 부상했다.
여세를 몰아 작년에는 575만대까지 판매량을 늘리며 이전에는 감히 넘볼 수 없었던 미국 포드를 제치고 세계 5위로 발돋움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올해는 애초 목표인 633만대 판매를 넘어 ‘글로벌 빅 3’ 진입까지 넘보고 있다.
나머지 계열사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작년 초 현대차그룹을 세계 최초의 자원순환형 그룹으로 자리 잡게 한 현대제철은 날로 생산량을 늘리며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올해 인수가 마무리된 현대건설을 기반으로 한 그룹의 나머지 성장축도 사실상 완성됐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지난 2000년 10개 계열사를 거느린 매출 37조원의 고만고만한 그룹이던 현대차그룹이 작년에는 50개 계열사를 보유한 매출 187조원 규모의 그룹으로 성장했다. 강산이 한 번 변하는 새 5배 이상 성장한 셈이다.
BCG와 현대차그룹은 이와 관련해 오늘의 현대차그룹이 있도록 한 성공 요인으로 네 가지를 꼽았다. 첫 번째 요인은 신흥 시장 조기 진출이었다.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ㆍ인도 등 신흥 시장에 남보다 먼저 진출해 때가 오기를 기다리는 전략이 빛을 발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강력한 수직계열화를 통한 시너지 효과 달성, 글로벌 선두권 수준의 품질 확보, 기술인력의 헌신적인 공헌 등도 성공을 가져온 요인들로 분석됐다.
BCG는 그러나 현대차그룹이 최근 2~3년 동안 가파른 외형 확대를 이뤄내면서 어쩔 수 없이 지나쳐야 할 ‘성장통’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쟁이 치열한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효율성과 ‘빨리빨리’를 외치는 과정에서 단기 성과에 치중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고 내부 협력 부재로 인한 조직 이기주의도 팽배해 있다고 봤다. 또 그룹이 성장하면서 구성원의 자부심이 커졌지만 동시에 불만도 증가했고, 해외로 영토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운영 시스템이 그룹의 규모를 따라오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BCG는 나아가 현대차그룹의 추가 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을 찾아내는 작업도 진행했다. 그 결과, 주요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에 비해 금융을 비롯한 후방 연관 산업의 참여가 제한적이고, 글로벌 운영 시스템이 취약하며,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는 데 있어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점들을 취약점으로 지목했다.
BCG와 함께 작업한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성장 속도가 빠른 기업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성장통을 우리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이 결론이었다”면서 “앞으로 어떻게 성장통을 극복하고 취약점을 보완하느냐가 그룹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의 이번 시도에 대해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현대차그룹이 최근 큰 성과를 내면서 모든 나쁜 이야기들이 묻히고 있고 또 굳이 이야기를 꺼내려는 사람도 없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스스로를 점검하는 작업이 이뤄진 것은 다행스럽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언급된 문제들 외에 고질로 꼽히는 경직된 노사문화와 유사시에 대비한 부품 공급처 다변화, 친환경 원천 기술 확보 등도 현대차그룹이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조언했다.
이충희 기자/hamle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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