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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랑 수다떨고 공연보고…오늘 맘껏 누렸어요”
뉴스종합| 2011-05-03 10:04
“어머 오늘 화장 예쁘게 했네”

“난생 처음 콘서트 구경 오는데 이정도는 해야지. 립스틱 색 이쁘지?”

2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수다의 꽃이 피었다. 여성들 사이에서 언제든 오고갈 수 있는 사소한 대화. 하지만 홍순현(56ㆍ여)씨에겐 그리 흔한 기회가 아니다. 지체장애로 다리를 쓸 수 없는 홍씨에겐 집 밖을 나서는 자체가 모험이다. 공연 관람은 커녕 친구를 만나기 위해 나가는 것조차 언감생심이다. 그저 다리가 조금 불편한 것 뿐이지만 세상의 시선은 항상 차갑기만 하다.

그런 그에게 2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제 8회 밀알콘서트는 생애 첫 콘서트 나들이 기회를 열어줬다. 행사를 주최한 밀알복지재단이 제공한 장애인셔틀버스 덕분에 수서동 자택에서 콘서트 장소까지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평소 같으면 남들보다 2-3시간 빨리나와 대중교통을 이용해야했을 터. 홍씨는 “난 앙상블이 뭔지 오페라가 뭔지도 모르지만요. 공연을 보러 왔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탁트이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사회복지법인 밀알복지재단ㆍ한국밀알선교단이 주최하고 헤럴드경제 등이 후원한 ‘밀알콘서트’는 홍씨처럼 문화 사각지대에 놓인 장애인을 위한 공연이다. 올해로 8회 째를 맞는 밀알콘서트는 장애인이 세상으로 나와 문화를 즐기고 비장애인과 함께 어울리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지난 2004년 처음 시작됐다.

이날 공연에는 장애인 230여명을 비롯해 2000여명의 관객이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윤경희 세종대 교수가 이끄는 카이로스앙상블의 캐논(canon)연주로 시작된 공연은 소프라노 김수연씨와 바리톤 공병우씨가 뮤지컬 오페라의유령 ‘All I ask of you’를 부르자 절정으로 치달았다. 68명의 지적장애인들로 구성된 장애인 연주팀 ‘온누리사랑챔버’가 ‘You raise me up’을 연주하자 많은 참석자들이 감동의 눈물을 흘렸고 이곳 저곳에서 우뢰와 같은 갈채가 쏟아졌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콘서트를 관람했다는 김미봉(42ㆍ여ㆍ뇌성마비1급)씨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사는 사회인만큼 이렇게 같이 어울릴 수 있는 기회가 많으면 좋겠어요. 이런 콘서트를 통해서 장애인을 보는 시각도 바뀌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홍정길 밀알복지재단 이사장은 “이번 콘서트의 수익금은 성인장애인을 위한 주ㆍ단기보호센터 설립비용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별없이 4800만명의 오케스트라가 아름답게 울려 퍼질 때까지 앞으로도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ssujin84>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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