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일반
에너지 짠돌이 ’노하우 알려드려요’
뉴스종합| 2011-05-11 08:25
지난달 가스요금 인상에 이어 전기요금도 곧 오른다. 겨울 난방요금 폭탄에 놀란 가슴 쓸어내린 지가 바로 얼마 전인데 심상찮은 늦봄 더위로 또 냉방 걱정을 해야 할 때다. 매년 여름철마다 최고 기록이 깨지고 있는 전력사용량은 갈수록 기승을 부리는 여름 더위와 에어컨 사용의 증가로 올해로 예외가 아닐 듯싶다. 오는 7월 시행된다는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도 복병이다. 앞으로는 석유, 가스 등 연료 값이 출렁이면 전기요금도 따라 움직인다. 올여름 방심하다가는 전기요금 고지서에 다시 한 번 놀랄 수 있다.

초여름 더위가 닥치기 전 에너지 짠돌이에게 절약 방법을 전수해달라 부탁해봤다. 에너지 절약으로 정부 상을 휩쓴 고수만 모셨다.




▶사소한 습관 바꾸기가 ‘중요’=모든 일이 그렇듯 에너지 절약에도 왕도는 없다. 황연옥(31) 씨는 “에어컨 대신 선풍기를 바람의 흐름에 맞춰 창가에 두고 사용한다”면서도 “에어컨을 꼭 써야 한다면 집에 들어오자마자 에어컨으로 실내 온도를 낮추려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환기를 충분히 해서 실내 온도를 어느 정도 낮춘 다음 에어컨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주부인 황 씨는 에너지 절약 노하우를 담은 UCC(동영상 등 사용자 제작 콘텐츠)로 지난 2008년 지식경제부 ‘전 국민 에너지절약 공모전’에서 대상을 탔다. 그는 “냉장고 안에 비닐로 만든 냉기 커튼을 달고, 반찬은 바구니에 모두 담아서 한꺼번에 넣고 빼면 전기가 훨씬 절약된다”고 했다. 또 “센서등의 경우, 센서를 테이프로 집안 쪽 반만 가리면 집 밖에서 들어올 때만 센서등이 켜지는 효과가 있다”면서 “근처를 오갈 때 불필요하게 불이 켜지지 않아 좋다”고 설명했다. 황 씨는 전기를 많이 쓰는 냉각ㆍ발열용품 사용을 자제하고 절전기능이 있는 전자제품만 활용해도 한 달 전기요금을 1만5000원 선으로 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부 박용녀(45) 씨 역시 에너지 절약으로 2009년 국무총리표창을 받은 고수 중 고수다. 박 씨는 일주일마다 전기 검침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검침이라는 단어가 붙었지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보통 아파트라면 집 앞에 전기 계량기가 있는데 일주일에 한 번꼴로 가계부란에 수치를 적으면 된다”고 박 씨는 설명했다.

“꾸준히 전기 사용량 수치를 적어가다 보면 언제 얼마나 전기를 썼는지, 어떤 전자제품을 썼을 때 전기가 많이 나갔는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습니다. 거기에 맞춰 불필요한데 전기를 지나치게 많이 쓰는 전자제품 사용을 줄여나가면 됩니다. 제 경험을 비춰볼 때 전기밥솥이나 모터가 돌아가는 청소기, TV 등의 전기 사용량이 많더군요.”

박 씨 역시 황 씨처럼 여름철 에어컨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선풍기와 잦은 환기, 그리고 인내(?)만 있다면 에어컨 없이도 여름철을 이겨낼 수 있단다. 전기요금 폭탄의 주범인 에어컨 사용은 필수가 아닌 습관이란 점을 에너지 고수들은 입 모아 강조했다.




▶들고나는 에너지 잡기…집 짓기, 수리하기 단계부터=이제 좀 더 통큰 에너지 절약에 눈을 돌려보자. 최근 귀농이다, 자연친화주택이다 해서 집 짓기, 수리하기가 유행이지만 에너지 절약에 무심했다가는 기약 없이 오랜 기간 연료비 부담을 질 수 있다. 게다가 에너지 절약, 친환경 건축이라 하면 보통 태양광, 풍력 등 돈이 많이 드는 방법만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집을 짓고 수리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원칙만 명심한다면 큰 돈 들이지 않고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

강원 홍천에 에너지 사용 ‘제로(0)’ 주택을 지은 이대철(66) 씨는 단열과 유리창 위치 두 가지를 우선 기억하라고 당부했다. 그는 2009년 강원도 에너지절약 촉진대회에서 유공자 포상을 받았고, 지난해 국회 기후변화포럼이 수여한 ‘대한민국 녹색기후상’ 대상을 거머쥐었다.

“건축가나 일반인은 집은 숨을 쉬고, 공기가 통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공기가 통해야 하는 것은 맞는데 재료에만 의지해 자연적으로 조절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바깥바람이 1일 때도 있고 10~20일 때도 있지 않습니까. 스티로폼을 기준으로 20㎝ 이상 벽, 지붕 그리고 바닥까지 꼼꼼하게 여름철 아이스박스처럼 단단히 단열해야 합니다. 유리창을 통해 햇볕과 바람을 인공적으로 알맞게 조절하면 됩니다.”

이 씨가 강조하는 두 번째 원칙은 유리창의 위치와 크기다. “보통 전원주택을 지을 때 유리창을 너무 크게 하는데, 집 면적 10%를 넘으면 안 된다”면서 그는 “창은 햇볕이 들어오는 남쪽으로만 내고 서쪽, 동쪽, 북쪽으로는 창을 아예 만들지 않거나 가능하면 작게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집을 남향으로 짓는 것은 당연하다. 이 씨는 “아파트와 같은 밭 전(田) 형태 말고 동쪽과 서쪽으로 길게 지어 사용하는 공간 전체에 햇볕이 들어오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단열 기술을 활용해 에너지를 절약하는 주택은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라고 해서 최근 주목을 많이 받고 있다. 태양열, 태양광, 풍력 등 설비를 달아 에너지를 자체 생산하거나 고효율 에너지 기술을 적용한 ‘액티브 하우스(Active house)’와는 대비되는 개념이다.

윤용상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박사는 “패시브 하우스 기술을 적용하면 공용주택은 6~7% 정도, 단독주택은 15%가량 일반주택에 비해 건축비가 더 들어간다고 평가받는다”면서도 대신 “에너지 비용은 기존주택에 비해 최대 90%까지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패시브 하우스 건축에 들어가는 자재 비용은 액티브 하우스 건립에 필요한 고효율 에너지 기자재, 신재생에너지 설비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윤 박사는 “가변형 차양장치, 열회수형 환기장치 등이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패시브 하우스 기술”이라고 전했다.

언뜻 어렵게 보이는 개념이지만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물론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패시브건축협회, 에너지시민연대 등 일반인이 에너지 절약 주택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창구는 다양하게 열려 있다.

<조현숙 기자 @oreilleneuve>

newear@heraldcorp.com



사본1-사진<스포트라이트-메인>에너지 짠돌이 ‘노하우를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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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절약은 어렵지 않다. 냄비, 후가스불 조절하기, 냉난방 온도 적절하게 유지하기, 사용하지 않는 전기제품 플러그 뽑기 등 기본적 원칙만 지켜도 많은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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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짠돌이들은 여름철 에어컨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그들의 선택은 선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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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이 높은 조명기기로 바꾸면 많은 전기를 아낄 수 있다.



[사진 제공=에너지관리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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