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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본 대지진 발생 두달째…끝없는 자원봉사 ‘행렬’…속속 일상으로
뉴스종합| 2011-05-11 11:17
황금연휴에 해외여행 대신

재해지역行 버스 북적북적


시민들 재기에 강한 확신

충격 속 서로서로 의지


산업계 먹구름 여전

닫힌 지갑…명품구입 뚝


전후 초유의 국난인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지 오늘로 꼭 두 달이 지났다. 지난 3월 11일 초대형 쓰나미를 동반하며 미야기, 이와테, 후쿠시마 등 동북부 3개 현을 강타한 지진은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까지 이어져 일본 전역에 방사능 공포를 가져왔다. 하지만 일본은 서로서로 의지하면서 재기에 대한 강한 확신 속에 대지진의 충격을 이겨내고 있다.

물론 원전 문제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며칠 전 후쿠시마 원전 1호기에 처음으로 사람이 투입돼 작업을 시작했다는 낭보가 날아들었지만 아직도 원전 내 방사성 물질 농도는 높다. 인근 앞바다에서는 방사성 요오드나 세슘보다 더 위험하다는 스트론튬이 발견돼 우려를 더하고 있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가정에서는 방사능에 대한 걱정이 여전하고, 후쿠시마산 농축산물에 대한 기피 현상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일본 사람들은 2만5000여명의 인명피해와 헤아릴 수 없는 경제적 피해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지금보다 더 심한 충격이 일본에 닥쳐와도 예전과 다를 바 없는 삶을 이어갈 것이라 믿는다.

일본은 희망을 잃지 않았다. 얼마 전 1주일간의 골든위크(연휴)를 맞았다. 다른 때 같았으면 해외여행을 나가는 사람들로 국제공항이 크게 붐볐겠지만 이번엔 고속버스터미널이 북적였다. 재해지역으로 자원봉사에 나선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도 이번주 후쿠시마 등 도호쿠(東北)지방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대지진으로 인한 상처는 곳곳에 남아 있지만 그곳 대부분 시민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열심히 생활하고 있었다. 다른 직장인들도 재해지역 출장을 꺼리지 않는다.

얼마 전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는 주부(中部)전력이 운영하는 하마오카(浜岡) 원자력발전소 가동 중단을 관철시켰다. 원전사태 수습과 복구작업 난항으로 정부에 실망을 보여온 일본인들도 이번 원전 가동중단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마오카 원전이 대지진에 취약한 이상 지속적인 운영은 불안을 가중시킬 뿐이다. 이번 결정으로 많은 사람들이 원전과, 원전이 없는 생활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일상으로 복귀한 개인과는 달리 회사 차원에서는 대지진의 후유증을 크게 앓고 있다. 의류판매업을 하고 있는 우리 회사의 매출은 재해 이후 현저하게 줄었다. 우리 회사는 럭셔리 브랜드를 주로 다루고 있어 기본적으로 옷값이 비싼 편이다. 위기 속에 지갑을 열지 않는 사람들은 특히 명품 구입에 인색했다.

매출 하락은 우리 회사만의 일이 아니어서 일본 산업계 전반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수많은 공장 근로자들이 직장을 잃었고 대기업의 구조조정도 심해지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경제위기가 도래할 것이 분명하다. 이것이 앞으로 일본의 부흥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여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위기극복 DNA는 점점 되살아나고 있다. 우리는 어떠한 최악의 상황에서도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리라 믿는다. 가족과 친구,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이는 일본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희망이라는, 삶을 이끄는 원동력이 있는 한 일본은 재기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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