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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한국영화 ‘얄궂은 운명’…‘지지와 비난’ 두 후배감독의 작품 연이어 개봉
엔터테인먼트| 2011-05-25 09:43
한 거장 감독을 침묵 속으로 몰아갔던 후배와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제자. 짓궂은 운명이다.

칸 국제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상을 받으며 화려한 부활을 알린 김기덕 감독이 다시 한 번 한국 영화계와 ‘얄궂은 인연’을 계속하게 됐다.

지난 1996년 데뷔(‘악어’) 이후 15년간 영화 경력 길목마다 한국 영화계와 불화해왔던 김 감독은 6~7월 두 후배 감독의 영화를 지켜보게 됐다. 한 작품은 김 감독이 직접 제작까지 맡아 전폭적인 지지를 표한 후배 감독인 전재홍의 ‘풍산개’(6월 23일 개봉)다. 또 다른 하나는 칸 영화제 수상작이자 자전적 다큐멘터리인 ‘아리랑’에서 김 감독이 실명까지 등장시켜 가며 비판의 표적으로 삼았던 후배인 장훈의 ‘고지전’(7월 21일)이다.

김 감독은 ‘아리랑’에서 2편의 영화를 장훈 감독과 하기로 했지만 “장 감독이 나도 모르게 메이저와 계약했다”며 배신했다고 주장했다. 장 감독을 겨냥한 듯 “e-메일로 호소하고 비 맞으며 간절히 부탁해서 받아주니까 5년 후 자본주의의 유혹에 빠졌다”고도 했다.

반면 전재홍 감독은 김 감독의 애정과 신뢰 속에서 데뷔 후 첫 두 작품을 김 감독의 영화사인 ‘김기덕필름’에서 연출했다. 전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인 ‘풍산개’는 분단을 소재로 한 드라마로, 김 감독은 영화사를 통해 “내가 제작하는 영화 중 가장 대중적”이라며 “나를 일으키는 첫 신호탄이 될 작품”이라고 말했다. 

‘의형제’에 이은 장훈 감독의 세 번째 작품 ‘고지전’은 메이저 영화사의 작품으로, 6ㆍ25 당시 남북의 병사 간 치열한 고지쟁탈전을 그린 전쟁영화다.

5년여 전 전재홍과 장훈은 김 감독 영화 ‘시간’에서 각각 연출부 스태프와 조감독이었다. 공교롭게 전재홍의 데뷔작 ‘아름답다’(2007년)와 장훈의 첫 연출작 ‘영화는 영화다’(2008년)는 모두 김 감독의 ‘원안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했고, 김 감독이 제작했다. 같은 배를 탔던 선후배와 동료, 세 명의 감독이 5년 만에 ‘애증’으로 엇갈린 운명으로 조우하게 된 셈이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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