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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슈퍼박테리아 영구미제로 남나
뉴스종합| 2011-06-08 10:40
독일에서 시작된 시가독소대장균(STEC) 식중독으로 전 세계에서 24명이 사망한 가운데 식품오염원 규명작업이 미궁에 빠지면서 영구미제로 남을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독일 로버트 코흐 연구소(RKI)는 이날 STEC O104:H4 식중독 확산으로 지금까지 24명(스웨덴인 1명 포함)이 숨졌다고 공식 확인했다. RKI는 이날 독일 내 감염자수가 94명 늘어난 2325명이며 치명적 합병증 용혈성요독증후군(HUS)을 보이는 환자는 642명으로 집계됐다고 설명했다. 독일 보건당국은 감염자수 증가세가 수그러들었다는 이유로 유행의 정점이 지났을 수도 있다고 분석하면서도 이런 추세가 지속할지는 확실치 않다며 경계를 늦추지않았다. 미국에서도 처음으로 확진 환자가 나왔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날 “최근 독일 함부르크를 다녀온 의심환자 4명 중 1명이 시가독소 대장균 O104:H4 환자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전세계 환자수는 독일 등 14개국에서 2400여명으로 집계됐다.

이런 가운데 의료계에서는 항생제 투여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독소 대장균 감염 환자에게 항생제를 투여하면 독소가 인체에 더 빠르게 확산될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수분공급 등 대증요법을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이번 대장균 감염 치료에 항생제를 투여하는 의료진이 늘고 있다. 대장균이 몸 속에서 증식해 치명적인 합병증을 일으키는 것보다는 독소가 일부 나오더라도 초기에 균을 없애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함부르크 소재 종합병원의 프리드리히 하겐뮐러 박사는 “박테리아를 초기에 항생제로 파괴해버리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집단 식중독의 원인균은 치명적인 시가독소를 뿜어낸다고 해서 STEC(Shigatoxin-producing E.coli)로 분류되는 O104:H4 대장균이다. 보건당국은 조기에 원인균을 찾았지만 원인식품을 찾아내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염원 규명은 질병 확산 차단뿐 아니라 피해 보상 규모와 방식을 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오염원을 추적하는 작업은 먼저 환자를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실시해 의심식품을 찾아내고, 의심식품에서 환자와 동일한 균을 찾아내는 과정으로 이뤄진다. 앞서 독일 보건당국은 역학조사를 통해 윌첸지역의 한 재배업체가 공급한 유기농 새싹채소를 의심식품으로 지목했으나 이 업체에서 수거한 제품에서는 문제의 O104 대장균이 검출되지 않아 역학조사 결과를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문제의 새싹에서 균이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원인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특정 시기에 생산된 분량만 대장균에 오염됐다면 현재 업체에 남아 있는 제품을 수거ㆍ검사해 봤자 균이 검출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경우 오염원 규명작업은 영구미제로 남게 된다. 런던위생ㆍ풍토병의대 브렌던 렌 교수는 “집단 식중독 사고 대부분은 정확한 원인규명을 못한 채 끝난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새싹채소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고 분석을 계속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게나엘 로디에르 전염병국장은 “1주일 안에 용의자를 잡아내지 못한다면 영영 알아내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이번 식중독 사고로 대규모 농가피해가 발생함에 따라 보상문제를 둘러싸고 EU와 회원국의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앞서 이날 열린 긴급관계장관회의에서 역내 피해농가에 1억5000만유로(약 2400억원) 내외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각국 농업장관들은 피해규모가 4억1700만유로(6600억원 상당)로 추산된다며 증액을 요구했다. 특히 한 때 유기농 오이가 오염원으로 지목돼 큰 피해를 입은 스페인은 1억5000만유로로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로사 아길라르 스페인 농업장관은 “그걸로는 스페인에 충분치 않다”며 “시장가치 100%가 보상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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