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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의 ‘애가’
엔터테인먼트| 2011-06-09 09:41
꽤 오래된, 어느 비오던 날의 이야기입니다.

장마철 비가 엄청 내리는 상황에서 티업을 안 해도 되고 환불해 드린다고까지 이야기했는데도 굳이 필드로 나가신 고객님들.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쌍쌍 커플(캐디들만의 공통어)이었죠.

1홀을 마치자 비는 더 거세어지고 번개까지 쳤습니다. 그린에도 물이 고여 퍼팅을 할 수 없었지만 플레이를 중단할 생각을 안 하시더라고요. 제 얼굴엔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물줄기가 흘러내리고 있었죠. 경기과에서 무전도 오고 해서 어찌 하실 거냐고 묻자 “부모가 돌아가시기 전에는 골프 약속 취소하는 거 아니다”라고 한 남자 고객님께서 우겼고 다른 고객님들도 할 수 없이 따라가는 상황이었습니다.

물론 코스 내에는 우리 팀밖에 없었고요. 결국 3홀을 홀아웃한 후 안 되겠는지 들어가겠다고 하시더군요. 그런데 당시 그 골프장은 규정상 3홀 홀아웃하면 9홀 값에다 캐디피도 전액을 지불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결국 3홀 마감 후 홀아웃했습니다. 그런데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우산 하나가 카트에 놓여 있었고 급히 프런트로 가보니 아까 그 고객님들이 모두 모여서 웅성거리고 계셨죠. 이유인즉슨 그린피를 못 내겠다고 하는 중이었습니다.

하지만 회사의 입장도 강경했죠. 왜냐하면 티업 전부터 그렇게 말렸는데도 불구하고 나갔으니 모든 직원이 그 한 팀 때문에 대기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다들 독기 품은 눈으로 쳐다보고 있더군요.

결국 그 팀은 모든 상황을 인정하고 그린피를 지급하고 돌아갔습니다.

올 여름엔 제발 고집 부리는 고객 때문에 캐디들 눈에 눈물 나는 일이 없으면 좋겠네요.

<쎄듀골프서비스연구소 차돌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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