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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현 연기내내 외로웠다”
엔터테인먼트| 2011-06-11 08:28
빙의를 소재로 한 미스터리 멜로드라마 ‘49일’을 끝내고 영화 촬영에 돌입한 남규리(26)를 만났다. 남규리의 드라마 경력은 ‘인생은 아름다워’와 ‘49일’ 두 개에 불과하지만 연기자로 제법 무게감이 느껴진다. 독특한 목소리로 따박따박 연기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20대 중반 가수 출신의 예쁜 여자 스타가 트렌디성 멜로물이 아닌 드라마부터 공략하는 것도 특이했다.

“대본을 읽어도 잘 들어오지 않는 드라마가 있는 반면 머리맡에 두고 계속 보게 되는 드라마가 있다.” 소속사의 조언도 중요하지만 드라마 출연 기준으로 삼는 건 남규리 자신의 감정이었다.

“단지 대사를 외운다고 연기가 되는 게 아니더라. 흐름의 감정을 외운다. 노래도 마찬가지다. 발성도 중요하지만 감정적으로 부르는 거다. ‘49일’ 속 ‘불꺼진 창’도 그렇게 불렀다.” 

 

그러니 ‘인생은 아름다워’의 ‘아빠 왔어’나 ‘49일’에서 했던 ‘언니, 고마워요’ 같은 간단한 대사도 감정적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쓴다고 했다. ‘인생은 아름다워’에서는 동성애자인 오빠의 힘들었던 부분, 그 그늘을 생각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남규리는 점점 캐릭터에 동화되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그래야 연기하는 재미를 느낀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49일’에서 신지현을 맡아 “연기 내내 외로웠다”고 털어놨다. 10회쯤 이르자 비로소 지현이 됐다고 털어놨다.

남규리는 씨야라는 그룹의 가수 출신이다. 그는 어릴 때부터 노래로 인생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래서 아이돌 그룹보다는 3인조 보컬 그룹 씨아에 둥지를 틀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인형처럼 밝게 웃어야 했고, 어느새 ‘비주얼’ 담당이 돼 있었다. 얼굴을 찡그리며 노래를 부르자 파트가 줄어들었다. 인디밴드를 하고 싶은 생각도 가졌던 남규리의 별명은 바비인형, 베이글녀였다. 



남규리는 “이슈가 안되면 아무도 써주지 않는 시대에 그런 건 어쩔 수 없는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 재미에 잠깐이나마 젖어들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남규리는 연예계 내의 이상과 현실의 큰 괴리를 경험하며 연기자의 길에 들어섰다. 깊이와 뚝심없이 살아남기란 힘들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게 됐다.

‘49일’의 신지현이라는 역할은 만만치 않았다. 말할 대상이 없었다. 혼자 말하고, 벽을 보며 웃는 캐릭터다. 지현은 죽어 송이경(이요원)의 몸에 들어가는 캐릭터라 지현, 이경 그리고 빙이경(빙의된 이경)까지 셋을 오가는 스토리가 복잡미묘해 자칫 남규리라는 존재감이 사라질지도 모를 상황이었다. 게다가 커리어나 무게감에서 월등한 이요원이라는 큰 산이 있었다. 그럼에도 남규리는 자신의 캐릭터를 잘 살려 존재감을 충분히 드러냈다는 평을 받았다.


“처음에 입은 옷이 너무 인형 같아 보여 동정심이 생기지 않을까봐 걱정했다. 그래서 은둔형 외톨이처럼 보이려고 꼬질꼬질한 원피스로 갈아입고 머리도 잘랐다. 자세히 보면 지저분한 옷임을 알 수 있었을 거다. 원피스도 내가 가장 콤플렉스를 느끼는 길이였다. 당시에는 차라리 트레이닝복을 입었으면 했다.”

남규리와 대화할수록 예상과는 달리 자의식이 강한 연기자임이 느껴졌다. 밝은 연기, 우울한 연기, 사이코 캐릭터 모두를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될 수 있겠다는 기대감도 생겼다.

남규리가 연예계에서 가장 잘 통하는 사람이 최민수 김혜수와 정을영 PD(‘인생은 아름다워’ 연출자), 차은택 감독이라는 사실만 봐도 또래와는 조금 다른 느낌을 준다.

최근 연예정보 프로그램을 통해 “얼굴 한두 군데 고쳤다”고 털어놔 솔직하다는 반응을 얻었던 남규리는 언젠가 노래도 다시 부르고 싶어한다. 노래를 부를 때 감성적인 기분이 들고 영혼이 성장함을 느낀다는 것이 그 이유다. 

서병기 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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