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억원 건넸다” 진술
檢 조만간 소환조사 추진
박연호 회장과 사돈관계
부산저축銀 사전 인출도
유착여부 참고인 조사 압박
13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임상규 전 농림부 장관(62·현 순천대 총장)은 최근 사회문제로 부각된 부산저축은행 비리와 건설현장 식당(함바집) 비리에 모두 이름이 거론됐던 인물.
그는 부정한 돈을 받은 의혹 등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거나 소환조사를 코앞에 두고 있었다. 때문에 임 전 장관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데엔 자신을 옥죄어 오는 수사망에 심리적 압박감을 느낀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의혹의 당사자가 자살함에 따라 각종 의혹과 관련된 임 전 장관 연루의 실체적 진실 규명은 난망하게 됐다. 이와 별개로 검찰 수사를 받던 피의자가 또 한 번 자살한 데 대해 검찰은 당혹감 속에 강압수사 등과 무관하다며 거리를 두는 분위기다.
▶임 전 장관, 함바 비리 연루가 결정타였나=임 전 장관은 함바집 비리 연루 의혹으로 서울 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여환섭)로부터 최근 출국금지 조치를 당했다. 브로커 유상봉(65·보석 중) 씨가 최근 임 전 장관에게 건넨 돈이 40억원에 이른다는 진술을 함에 따라 이뤄진 조치였다.
검찰은 “임 전 장관이 순천대 총장으로 취임한 지난해 축하금 조로 수천만원을 주는 등 2002년부터 지속적으로 돈을 줬다”는 유 씨 진술을 근거로 임 전 장관과 주변 인물 계좌를 추적해왔다.
동부지검은 지난 3월 초 사실상 함바비리 수사를 종결했으나, 임 전 장관의 이름이 이달 초 불쑥 튀어나오면서 새로운 국면에 돌입한 상황이었다. 경북지역 대형 공사현장의 식당운영권을 따낼 수 있도록 임 전 장관이 영향력을 행사하면 유 씨는 그 대가로 돈을 줬다는 혐의에 대해 검찰이 집중적으로 파고들었으며, 조만간 임 전 장권을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할 방침이었다. 동부지검 김강욱 차장검사는 “건설공사 식당운영권 수주 비리사건 수사 과정에서 유상봉으로부터 임상규 전 장관 관련 진정이 접수돼 내사 진행 중이었으나 임 전 장관에 대해서는 소환통보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임 전 장관의 자살로 진실 규명은 사실상 어렵게 됐지만, 뇌물수수 등의 혐의를 받던 피의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선례를 볼 때 그의 연루 가능성은 작지 않을 것이라는 게 검찰 안팎의 분석이다. 실제로 임 전 장관이 남긴 유서엔 “인간관계를 잘못 맺은 것 같다. 악마의 덫에 걸려 빠져나가기 힘들 듯 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어, 브로커 유 씨 등과의 ‘잘못된 만남’과 금품수수 의혹을 사실상 인정하는 듯한 뉘앙스가 묻어 있다.
검찰 관계자는 “10년 전 ‘정현준 게이트’ 때 자살한 금융감독원 A 국장의 경우 유서를 봤는데 앞장은 유서, 뒷장은 자수서였다”고 했다.
▶대검 중수부, 임 전 장관 부당인출로 한 차례 소환조사는 했지만…=임 전 장관은 부산저축은행의 영업정지(2월 17일) 전 예금 사전인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은행과의 유착관계에 대해 강한 의심을 받아왔다. 그는 이 은행의 대주주인 박연호(61·구속기소) 회장과 사돈 관계인 데다, 박 회장은 물론 김양(59·구속기소) 부회장 등 핵심 광주일고 선후배 사이여서 이런 의혹은 증폭됐다.
검찰에 따르면 임 전 장관은 만기가 9개월 남은 부산저축은행 정기예금 5000만원가량을 이 은행 영업정지 방침이 사실상 결정된 1월 25일 직후 인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장관은 부당 인출 의혹에 대해 “다른 데 쓸 일이 있어서 인출한 것”이라며 부당인출을 부인했었다.
그러나 부산저축은행 비리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는 그를 지난 3일 소환해 2시간 동안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했다. 우병우 대검 수사기획관은 “1월 25일 이후 2월 16일까지 5000만원 이상의 예금 중도해지자를 확인하는 과정이었다”며 “이후 추가 소환한 적도 없고 소환할 계획도 없었다”고 이날 밝혔다.
홍성원·이태형·김우영 기자/hong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