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기사
헤지펀드의 두 얼굴
뉴스종합| 2011-06-15 07:44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사장



최근 당국의 헤지 펀드 전면 도입을 향한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선진금융 기법의 ‘종결자’라는 헤지 펀드가 드디어 한국 금융시장에서 첫 걸음마를 뗀다니 투자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3월 뉴욕의 각종 헤지 펀드 회사를 둘러본 터라 당국의 헤지펀드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고무적이다. 아직 구체적인 조건과 관련 규정이 제정되지 않아 정확한 모습을 그려볼 수 없지만 헤지 펀드의 원래 목적에 맞게끔 자율을 인정하고, 다양한 투자 기법을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길 기대한다.

그러나 한편 걱정스러운 부분도 없지 않다. 원래 헤지 펀드는 이름대로 투자 위험을 헷지해 시장의 변동성과 상관없이 안전하게 일정 수익을 추구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미국 헤지 펀드 매니저들도 한결같이 10~15%를 추구한다고 말한다. 레버리지(신용을 사용하는 투자)도 예전처럼 높지 않고 평균 120% 내외다. 따라서 고수익 고위험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저 위험 중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 일반적인 전략이다. 그래서 고객층은 주로 대학의 발전기금이나 연금 그리고 ‘슈퍼 리치’ 계층이다. 하지만 한국 투자가들은 헤지 펀드를 단기간에 특정 자산에 몰빵(?) 투자해 엄청난 수익을 추구하는 마법의 투자수단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는 아닌지 염려스럽다. 게다가 신용 사용을 400%까지 허용해 주기 때문에 운용자의 성향에 따라 위험은 증폭되기 마련이다. 초창기에 기선을 제압해 한국의 소로스가 되겠다는 경쟁이 벌어질 경우 난폭한 운용이 헤지 펀드 트렌드로 자리잡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렇지 않아도 작년 이후 인기 상한가인 자문형 랩이 헤지 펀드의 중간 형태라는 인식이 공공연히 퍼지는 상황이다. 헤지 펀드를 투자자문사 위주의 시장으로 키우겠다는 당국의 의지가 행여 잘못 읽혀지면, 투자자문형 랩어카운트와 신용 헤지 펀드간 수익률 경쟁으로 도입 초반에 투자가들에게 손해를 끼치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현물 주식을 빌리지 않고 특정 주식을 공매도할 있는 ‘네이키드 숏셀링(naked Short Selling)’이 허용되면 초기 헤지 펀드간 과도한 수익률 경쟁으로 치닫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이런 모든 걱정에도 불구하고 헤지 펀드의 허용은 매우 바람직한 결단이다. 헤지 펀드의 도입으로 우리 투자시장에의 다양성과 투자기법의 고도화는 한층 빨라질 것이다. 또 헤지 펀드의 허용은 자본이 아니라 펀드 매니저의 전문성 하나로만 국제 자본시장에서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10만 헤지 펀드 매니저 양성은 참으로 필요한 일이다. 다가오는 노령화 사회에서 우리의 국부를 해외 시장에서 증식해야만 그나마 국민연금 고갈 시기를 연장할 수 있다. 미국의 헤지 펀드 매니저인 존 폴슨은 지난 금융위기 때 불과 서너달사이에 160억 달러를 벌었다. 물론 폴슨은 예외적인 경우다. 단지 금리의 2배 정도라도 시장의 변동과 상관없이 꾸준히 수익을 내는 헤지 펀드 매니저가 많을수록 대한민국의 미래는 안정될 수 있다.



약력

▲서울대 법학과 졸업

▲1982~87 현대중공업

▲1987~1992신영증권 국제부ㆍ인수공모부

▲1992~1995 슈로더 증권 CIO

▲1996~현직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