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이태백이 세번 우는 까닭은? 고용률도 실업률도 다 올라가네..
뉴스종합| 2011-06-15 08:18
대학생들의 반값 등록금 시위로 전국이 떠들썩하다. 당장 등록금을 내야 하는 대학생은 물론 이들의 학비를 담당하는 학부모, 머지않아 대학생이 될 고등학생까지 시위에 가담하며 촛불이 점점 커지는 모습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에 포함된 것도 반값 등록금을 외치는 시위대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시위대가 표현을 빌리면, ‘미친 등록금’은 이번 시위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지난 10년간 국립대 대학등록금 증가율이 83%나 증가했다니, 미쳤다는 표현이 그리 틀린 말은 아니다. 같은 기간 누적 소비자물가상승률이 31% 정도에 그친 것에 비해 3배나 가파르게 증가한 셈이다.

뿐만 아니다. 미친 등록금 이면에는 높은 청년 실업률이 자리잡고 있다. 연간 1000만원에 육박하는 등록금을 내면서 대학을 다녔지만, 졸업과 함께 돌아오는 것은 거액의 빚더미와 백수 생활. 학비가 아까울 수밖에 없다. 외환 위기 이전처럼 취업이 잘됐다면, 졸업장에 따라붙는 1000여만원의 빚도 그리 두려워할 대상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20대 대부분이 백수라는 ‘이태백’이 일상화된 요즘 청년 실업률과 관련해 다소 생소한 통계가 잡히고 있어 주목된다. 경기 회복세로 대학 졸업생들의 고용률이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의 실업률은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경기 회복으로 고용이 늘어나고 있지만, 청년 취업자는 매달 줄어들고 있다. 또 청년보다 50대 중년층의 취업자가 더욱 많이 늘어나며 취업 시장의 주도권을 잡아가는 모습이다. 3가지 정도로 요약되는 청년 실업률과 일반 인식 사이의 미스매치를 알아본다.

▶고용률 높아지면, 실업률 낮아진다?=가장 흥미로운 흐름은 대학 졸업생들이 많이 몰려 있는 20대 중후반의 고용률과 실업률 흐름이다. 지난 4월 말 기준 25~29세 연령층의 고용률은 68.9%에 달했다. 지난해 68.7%보다 높아진 수준이며,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미쳤던 2009년 68.2%보다도 높다. 경기 회복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 연령층의 실업률은 어떠할까. 경기 회복에 따라 고용이 늘어나는 점을 감안하면, 분명 실업률은 줄어들어야 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4월 말 기준으로 25~29세 연령층의 실업률은 8.1%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실업률인 7.5%보다 늘어난 수치이며,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본격화된 2009년 4월 7.4%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이 같은 미스매치가 발생하는 것은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구직에 나서는 경제활동인구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이해된다. 고용률의 경우 해당 연령층의 전체 인구 대비 일자리를 구하는 인구의 비율인 반면, 실업률은 경제활동인구 중에서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인구의 비율이다. 즉 경기 회복세로 취업을 포기하고 있다가 취업전선에 다시금 뛰어드는 청년이 많을수록 실업률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고용부 관계자는 “이들 연령층의 실업률이 늘어나는 것을 부정적으로만 해석할 필요가 없다”며, “그만큼 취업 전선에 뛰어드는 인력이 많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 회복되면, 청년 취업자 수가 줄어든다?=25~29세에 이르는 청년들을 포함해 우리나라 전체 청년(15~29세) 고용률은 지난 4월 39.9%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3%포인트 낮아진 셈이다. 경기가 회복하고 있다고 하지만,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의 절대 인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대비해서 계속 줄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해 초 잠깐 늘어난 이후 15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다.

경기가 회복되는 상황에서 청년 취업자 수가 줄어드는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의외로 이유는 간단하다. 청년층 인구가 줄어드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지난해 4월 청년 취업자 수는 383만2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7만3000명이 줄었다. 같은 기간 청년층 연령에 해당되는 인구는 11만명이나 줄었다. 청년 인구가 줄어드는 속도가 가파른 탓에 해당 연령층의 취업이 늘어나고 있지만, 절대적인 숫자에서는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는 셈이다. 고용부에 따르면 인구 감소 요인에 따른 영향을 제외할 경우 지난 4월 취업자 수는 당초 예상보다 2만명 정도가 증가, 경기 회복의 효과를 누렸다.

▶취업 시장의 주도 세력은 청년층?=청년 실업에 대한 사회적인 문제 인식이 높은 탓에 취업시장의 주인공을 청년들로 오인할 수 있다. 하지만 절대적인 취업자 수를 살펴보면 50대 이상이 주도권을 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올해 4월 청년 취업자 수가 전년 동기 대비 7만3000명 줄어들었지만, 50대 이상 취업자 수는 43만명이나 늘어났다. 50대 이상 취업자 수는 2009년에 25만명, 그리고 지난해 34만1000명 등 연간 30만명 정도 증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연령별 취업자 수도 지난 2007년부터는 20대보다 50대 연령층이 더 많아졌다.

이는 그만큼 50대 이상 인구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베이비부머들이 포함된 연령층이 50대로 넘어오면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2009년까지만 하더라도 20~29세 연령층의 인구가 649만명으로 50~59세 인구 639만명보다 많았지만, 지난해 20대 연령층의 인구가 639만명으로 줄어들며, 50대 연령층 675만명보다 적게 됐다.

고용부에선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은퇴 나이가 지나더라도 경제활동을 해야 한다는 인식을 많이 갖고 있어 이 같은 취업 시장에서의 주도권은 앞으로도 당분간 중장년층이 가져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임금피크제 등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도제 기자/pd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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