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빌게이츠는 왜 그의 달항아리에 반했을까
라이프| 2011-06-15 11:11
최영욱 ‘인연의 기억…’展, 7월 5일까지

모나지 않고 넉넉하면서 부드러운 곡선으로 진한 여운을 남기는 달항아리는 한국적 전통미학의 상징으로 받아들여 지곤 한다. 최근 많은 작가들이 달항아리에 천착하고 있는 이유도, 세계가 달항아리에 많은 찬사를 보내는 이유도 따지고 보면 달항아리의 넉넉한 포용력 때문이다.

한국적 전통미학의 아이콘이 된 달항아리가 던져주는 의미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전시가 마련돼 이목을 끌고 있다. 갤러리 아뜰리에 아키와 아트데이㈜는 공동 특별기획으로 ‘최영욱, 인연의 기억…’전을 오는 6월 15일부터 7월 5일까지 강남구 신사동 ‘베르사체홈 갤러리 아뜰리에 아키’에서 개최한다.

최영욱의 달항아리는 여느 작가들의 달항아리와는 다르다. 그는 단순히 달항아리를 사실적으로 묘사하기 보다는, 달항아리의 빙열(도자기 유약에 생기는 균열 중 빙상(氷狀)의 가느다란 균열)에 주목한다. 빙열을 독창적인 장식처럼 사용한 고대 도공들과 같이 그는 달항아리의 빙열 속에서 삶과 인연, 기억의 실타래를 풀어 내고 있다. 가느다란 빙열을 표현하기 위해 작가는 캔버스에 젯소를 바른후 물감을 여러 겹 올려 달항아리 형상을 만든다. 그리고 연필로 무수히 선을 긋거나, 동양화 물감으로 응어리를 만든다. “내가 그 안에 기억을 넣어주면서 그것은 단순한 도자기가 아니라 우리의 기억이 되었다. 여러 선과 흔적은 시공을 초월한 암호이고 우리는 우리의 기억을 더듬어 그 암호를 풀어나간다. 나의 그림을 보며 한 기억을 떠올려 그 안으로 들어가 보라, 그 속에 착한 인간의 존재가 있다. 그 안에서 삶의 이야기를 찾는 여정을 시작해보기 바란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그는 달항아리 안에 수많은 삶의 모양을 그려 넣고 있다.

요즘 최영욱 이름 석자 앞에 따라 붙는 ‘빌 게이츠가 선택한 작가’라는 수식어도 사실 따지고 보면 세계가 달항아리를 마주하며 삶의 이야기를 찾는 여정에 매료됐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문화 및 자선재단인 빌&멜린다게이츠 재단은 지난해 12월 미국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스코프 마이애미 아트페어’에 출품된 최영욱의 달항아리 회화 연작을 보고 매료돼 대작 3점을 주문했다.

당시 게이츠재단의 아트컬렉션 담당자는 처음 그의 달항아리에서 받은 느낌이 순간의 것이 아닐까 싶어 3~4번을 반복해서 찾았다고 한다. 그의 달항아리를 마주할 때마다 무심한 듯 덤덤한 여백과 가느다란 선이 마음을 넉넉하게 보듬어 안는 듯한 느낌이 줄기는커녕 보름달 마냥 커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서야 작품을 주문했다는 후문이다. 빌게이츠를 반하게 한 달항아리가 내 뿜는 그 묘한 미학적 울림을 직접 만나보는 것도 좋겠다. 문의) 070-4402-7710

한석희 기자/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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