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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얽힌 유로존…그리스 ‘부도폭탄’ 째깍
뉴스종합| 2011-06-15 13:51
그리스 국가 부도위기가 초읽기에 들어간 듯한 긴박한 상황이 재연되고 있다.

13일 국제 신용평가사인 S&P는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세계 최저로 강등시키고 어떤 형태로든 채무 재조정 논의를 하면 이는 곧 디폴트(채무 불이행)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했는데도, 유로존은 14일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지난해 5월 당시처럼 그리스 구제금융 방안을 놓고 유로존의 돈줄인 독일과, 그리스에 많은 채권을 가진 프랑스와 유로존 금융 시장 불안을 우려하는 ECB(유럽중앙은행)가 접점을 못 찾고 있다.

그리스의 국채금리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아일랜드, 포르투갈 국채금리도 요동치게 만들고 있지만 17개국이 모인 유로존 재무장관은 무기력하게 또 시간을 끌고 있다.

금융 시장에서 그리스 부도에 대한 우려도 실제 상황이 되고 있고 유로존 단일 통화 체제에 대한 회의감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독일 vs 프랑스, ECB=이날 회의가 무산된 것은 독일을 비롯한 핀란드와 네덜란드 등 유로존의 돈줄을 쥔 북유럽 국가들이 민간 투자자들의 보유 그리스 국채를 강제적으로 재연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은 그리스 채권자들에게 7년물 국채로 스와핑해서 그리스의 만기 도래 부담을 300억유로가량 줄이자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들 북유럽 국가는 지난해 그리스 지원으로 지방선거 패배 등 크나큰 정치적 역풍을 맞은 터라 민간 투자자들이 투자 손실을 감내해주지 않으면 더는 그리스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으로 지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이날 회의에서 ECB와 프랑스는 독일이 원하는 만기 연장은 사실상 금융 시장에서 그리스 국채 투매를 몰고 올 것으로 보고 반대하고 있다.

이미 국제 신평사들까지 강도 높게 경고한 상황에서 사실상 강제적으로 그리스 채무를 7년물로 차환해 준다고 발표하면 그 즉시 신용 이벤트가 벌어질 것이라는 게 장 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의 지론이다. 프랑스는 대신 만기 국채만을 자발적으로 연기해 주자고 주장하고 있다.

17일 베를린을 방문하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로부터 양보를 얻어내지 못하면 이번에는 그리스 위기가 프랑스까지 북상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EC도 독일 방안에 반대=14일에는 독일의 강제적인 채무 연장 방식에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도 반기를 들고 나섰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EC는 이날 열린 재무장관회의 회람 보고서에서 만약 독일식으로 그리스 국채 상환을 강제 연기하면 국제 신평사가 부도 처리하게 되는 사태가 발생하고, 금융 시장에서 그리스 채권 거래가 힘들어지면 ECB나 EU가 유로존 금융기관에 약 200억유로의 유동성을 지원해 줘야 한다고 전망했다. 독일이 주장한 채무 재조정 방식을 단행하면 유로존 시장의 마비를 방지하기 위해 200억유로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거나 최악의 경우 금융위기도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차기 ECB 총재인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중앙은행장도 이날 유럽의회 청문회에서 “그리스 디폴트에 따른 비용이 혜택보다 크다”며 ‘부분적’ 디폴트에 다름없는 차환에 반대 의사를 표했다. 드라기 총재는 과거 동유럽 금융위기 당시처럼 이번 사태도 채권은행의 자발적인 롤오버(상환 재연장) 방식인, 이른바 ‘빈 이니셔티브’로 해결하기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한편 금융 시장 전문가들은 독일과 북유럽 국가들이 지난해처럼 자국 여론 비난을 우려해 그리스 사태가 일촉즉발 사태까지 악화돼야 손을 내밀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JP모건의 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매키는 “이번에는 (독일과 프랑스 정상 중) 누군가 양보하지 않으면 유로존에 총체적 금융위기로 확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고지희 기자/j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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