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학부모 자녀알기 열공…“내 아이 성적이 올랐어요”
뉴스종합| 2011-06-17 10:07
성격에 맞는 학습·대화법 배우기

시험감독·상담도우미 활동도


자녀에게 마음으로 다가가는

부모님 성장 프로그램


月 1회 등산 등 체육활동으로

교사·학부모·학생 친밀감 높여


“우수한 학부모 자원을 학교 교육에 활용하는 것은 물론 학부모 연수를 통해 학부모 참여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울산 문수고등학교(교장 구덕상)는 울산 지역 고등학교 중에서 유일한 학부모 학교 참여 시범학교다. 초ㆍ중에서 활발하게 이뤄지는 학부모의 학교 참여가 입시준비에 바쁜 고등학교에서는 자칫 소홀해지기 쉽지만 문수고는 학부모가 교육공동체의 일원이라는 기본원칙을 강조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 학교활동 참여로 자녀를 이해하는 기회가 늘어남에 따라 학습지도, 생활지도가 한층 원활해지는 효과를 본 학부모를 중심으로 참여가 더욱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잡고 있는 중이다. 

문수고등학교는 ‘문수배우미’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부모와 자녀가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함께 참여하는 MBTI(성격유형검사) 교실을 지난 4월 열었다.
[사진=문수고등학교]

▶내 아이를 ‘공부’하는 부모님 성장 프로그램

 

= “오늘 교육을 듣기 전에는 우리 아이가 어떤 성격을 가진 아이인지 모르면서 무조건 부모의 뜻대로만 따라오기를 바랐는데 교육을 듣고 내 아이가 어떤 형인지 알고 나니까 어떻게 대해야 할 건지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학부모교육 소감문 중 발췌)

문수고는 지난해 4월 아버지 MBTI(성격유형검사) 교실을 열었다. MBTI는 16가지 유형별로 성격을 나눠 각 특성에 맞는 교육에 도움이 된다. 특히 대부분 어머니에 비해 자녀교육에 관한 기회 제공이 부족한 아버지에게 자신과 자녀의 성격이해를 통해 마음을 여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평소 자녀와 갈등을 겪던 아버지는 MBTI 강의를 들은 뒤 자녀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겠다며 자녀와 함께 검사를 받아보고 싶다고 요청했고, 올해 학교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하는 MBTI 워크숍을 지난 4월 2일 열었다.

학습지도를 하는 데 있어서도 MBTI는 효과적으로 활용된다. 무턱대고 공부하라고 하면서 부모의 욕심만 채우려고 하기보다는 자녀의 성격에 맞는 학습법을 선택해 다가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 가령 MBTI 검사를 통해 외향적인 학생에겐 참여 위주의 수업을 권하고 내향적인 학생에겐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식이다. 학부모 교육프로그램 중에는 대화법을 가르치는 시간도 있다. 총 6회로 구성됐던 지난해 2학기 학부모 교육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많은 학부모가 참여한 것이 바로 ‘자녀의 마음 속으로 다가가는 대화법’ 시간이다. 자녀와의 대화 패턴을 점검해보고, 대화의 기본원리를 익히고 실제 대화에 적용해 나가면서 함께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하는 것이다. 자녀가 성장할수록 대화에 힘겨움을 느꼈던 부모는 외부에서 듣기 어려운 좋은 프로그램이었다는 호평을 쏟아냈다.

엄덕이 문수고 교감은 “문수배우미 프로그램은 일종의 부모님 성장프로그램으로 보면 된다”며 “학업지도에 앞서 먼저 자녀의 마음 속으로 다가가도록 하는 것은 교육의 기본 소양을 기르는 꼭 필요한 활동”이라고 말했다.

▶심야자습 감독부터 봉사활동까지=학부모와 학생이 접촉하며 공감대를 넓히는 다양한 활동도 마련돼 있다. 

먼저 문수고는 심야자율학습 감독에 학부모가 참여하고 있다. 현재 각 학년 학부모 20~30명이 심야자습 감독 도우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심야자습 감독은 자녀와 상호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고, 심야자습 후 학생의 안전귀가도 지도할 수 있는 일석이조 활동이라는 평이다.

고사감독도 빠질 수 없다. 인력풀에서 4~5명을 고사감독 도우미로 위촉해 지난해 연 4회(중간고사 2회, 기말고사 2회) 교실에 부감독으로 들어가서 교사를 보조하도록 했다. 이 또한 학생의 도덕성을 길러주는 동시에 평가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또 학부모 중에는 상담연수를 받은 뒤 학생상담교육 도우미로 활동하기도 한다.

지루하고 졸린 시간으로 인식하게 마련인 명상의 시간도 학부모가 참여하면 신선하게 바뀐다. 학부모가 자녀에게 들려주고 싶은 내용의 ‘자녀에게 보내는 영상편지’를 동영상으로 직접 제작해 자치활동 시간에 운영한 명상의 시간은 학생의 호응도가 높은 프로그램이었다. ‘먼 훗날 나의 아버지’ ‘아들아! 최고보다는 최선을 다해 살자’ ‘세상을 변화시킬 딸들에게’ 등 학부모는 자녀에게 진솔한 메시지를 전했다.

문수고는 학부모회를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은 물론 맞벌이 부부 증가를 감안, 아버지의 참여기회 확대를 위해 참여시간대도 저녁시간을 적극 이용하고 있다. 특히 아버지의 학교교육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지난해 6월 마련했던 교사-학부모 친선축구경기는 아버지와 학교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좋은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몸으로 부딪히며 친밀감을 갖는 시간만큼 소중한 것도 없을 뿐더러 수험생의 심신단련에도 효과를 거두고 있다.

현재 문수고는 한 달에 1회 정도 토요일을 이용해 등산 등 체육활동으로 교사와 학부모, 학생이 함께 어우러지는 시간을 갖는다.

엄 교감은 “가족단위 참석이 많아지고 있어 더욱 고무적”이라며 “아버지의 참여가 늘면서 지난해 양로원 김장봉사활동에는 앞치마를 두른 아버지도 여러분 있었다”고 전했다.

<오연주 기자 @juhalo13>

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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