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영화 ‘플레이’ 감독·배우 3인의 비하인드 스토리
TV서 우연히 메이트 본 후 1년간 쫓아다니며 러브콜
멤버 3명 음악내공에 안어울리는 발연기…어색해도 풋풋
어설프지만 뜨겁고, 불안하지만 무모하다. 서성거리고 머뭇거리다 영원히 잃어버릴 것 같아 더 간절해진다. 음악영화 ‘플레이’는 음악과 영화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청춘의 정서를 퍼올렸다. 첫사랑, 좌절, 두려움, 갈등, 방황 등 청춘의 평범한 일상을 비범하게 보여주고 특별하게 들려준다.
‘플레이’는 영화판에 뛰어든 여자와 음악이 좋아 음악 속에 살던 남자들, 20대 청춘남녀의 만남이 시작이다. 신인 감독인 남다정(30)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졸업 후 장편 데뷔를 위해 2~3년간 줄곧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사, 공모전을 기웃거렸지만 다 좌절됐다. 그러던 중 지난 2009년 TV의 음악 쇼 프로그램에서 낯선 인디밴드 ‘메이트’를 봤다. 키보디스트 겸 보컬인 정준일(28)과 드러머 이현재(23), 기타리스트 임헌일(28)로 구성된 3인조 인디밴드였다. 남다정은 이들을 1년간 인터뷰하면서 밴드 멤버들을 주인공으로 한 음악영화를 만들기로 한다. 이들이 우연처럼 만나 밴드를 결성하고 첫 무대에 나서기까지의 이야기가 실제 ‘메이트’의 노래 10여곡과 함께 흘러간다. 극영화 형식을 취했지만 ‘메이트’ 멤버들의 실제 경험이 바탕이 됐고, 그들이 연기까지 겸했다. 남다정 감독과 ‘메이트’의 정준일, 이현재를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멤버 중 임헌일은 현재 공익근무 중이다.
밴드 멤버 중 막내인 이현재는 영화를 보고 나서 “형들과 낄낄거리고 웃었다”고 했다. 정준일은 “일단 많이 어색했다”며 “저 정도는 아니었는데 (내 스스로가) 못생겼다”고 말했다. 둘 모두 “영화 속에는 우리 실제 경험과 허구가 반반씩 섞여 있다”고 입을 모았다. 멤버 3명의 영화 속 연기는 가끔 어색하고 대부분 일상적이다. 극 중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난처한 상황이 오히려 청춘이 가진 서툰 모습을 진솔하게 보여준다. 그것이 젊은 관객에겐 공감을 일으키며 ‘빵 터지는’ 대목이 된다. 최근 이화여대에서 가진 상영회에선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청춘의 정서를 음악으로 표현한 영화 ‘플레이’의 남다정(가운데) 감독과 주연 배우이자 인디밴드 메이트의 멤버 정준일(왼쪽), 이현재. [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
연기는 아마추어지만 영화 속에서 주인공들이 내내 부르고 연주하는 음악들은 출중하다. 모던록과 포크, 발라드 등 색깔이 다양하고 서정성이 풍부한 곡들이 감정의 너울을 만들어낸다. 유재하가요제에서 차례로 입상한 정준일과 임헌일이 먼저 의기투합했고, 정준일의 대학 후배인 이현재가 합류해 지난 2008년 10월 메이트가 결성됐다. 그동안 공연과 앨범을 통해 만들어진 메이트의 마니아팬들은 상당히 두텁다.
“가정형편으로 전학을 많이 다니면서 중ㆍ고교 시절 친구가 별로 없다 보니 내내 음악만 들었어요. 첫 대학입시에서 떨어지고 하고 싶은 일도, 할 수 있는 일도 없었을 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유재하가요제 도전을 위해 처음으로 곡을 써봤는데 상을 받게 된 거죠. 대학도 음악 전공으로 진학하고, 음악 때문에 사람구실하게 됐어요.” 뒤늦은 출발이지만 눈밝은 뮤지션과 귀밝은 음악팬들은 정준일의 진가를 알아봤고, 최근엔 윤종신의 곡에 피처링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드러머 이현재 역시 고 2 때에야 본격적으로 드럼 스틱을 잡았다. 미국인인 할아버지 때문에 이국적인 외모를 가졌지만 “경기도 이천에서 추어탕을 먹고 자란” 청년이다. 유명 재즈클럽에서 공연을 해왔으며 꽃미남 외모 덕에 CF 10여편에도 출연했다.
남다정 감독은 “서너 살 때 본 생애 첫 영화 ‘E.T’를 잊지 못해 영화감독을 꿈꾸게 됐다”며 “시나리오 공모전 실패와 용돈 아르바이트에 지쳐 있을 때 메이트를 만나 이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밴드 멤버 3명이 백스테이지에서 환히 빛나는 무대 위로 걸어나가는 장면에 대해 “이 영화를 통해 세상으로 걸어나가는 내 모습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메이트는 지난 2008년 아일랜드의 음악영화 ‘원스’로 국내 팬들에게도 큰 인기를 얻은 글렌 한사드의 밴드 ‘스웰시즌’ 내한 공연 당시 극장 로비에서 버스킹(길거리 공연)을 하던 중 이들의 실력에 놀란 글렌 한사드가 갑작스레 무대에 불러 올려 화제가 됐다. 이것이 이 영화의 출발점이자 엔딩 신이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