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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대 적립금 35%는 쌈짓돈?
뉴스종합| 2011-06-23 11:20
전국 149개大 누적액 중 2조4155억 사용처 불분명‘기타’분류…경희대 등 60% 넘어



학교당 많게는 수천억원씩 총 7조원 가까이 적립금을 쌓아두고도 대부분 등록금을 올려온 사립대학들이 누적 재단 적립금 중 상당액을 용처(用處)가 밝혀지지 않는 기타 적립금으로 모아놓은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등록금을 내는 학생 수가 많아 지방 사립대보다 상대적으로 경영에 여유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주요 사립대들도 이 같은 양상에서 예외는 아니었던 것으로 나타나, 교육계와 시민단체 일부에서는 사립대들의 기타 적립금 관련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23일 헤럴드경제가 단독 입수한 ‘주요 사립대 누적 적립금 용도별 현황’(2009년 기준)과 김춘진 민주당 의원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2009년 사립대학 용도별 적립금 현황’을 비교ㆍ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국 4년제 사립대 149곳이 2009년 쌓아둔 기타 적립금은 2조4155억원으로, 누적 적립금(6조9493억원)의 34.8%나 됐다.

또 주요 사립대 13곳도 기타 적립금이 7468억원으로, 누적 적립금(2조5866억원)의 28.8%를 차지했다. 참고로 이들 사립대는 학교 수는 전체 사립대의 8.7%밖에 안 되지만, 누적 적립금은 37.2%나 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학들이었다. 


주요 사립대 13곳 중에서는 이화여대가 누적 적립금 6280억원 중 절반 가까운 2683억원을 기타 적립금으로 쌓아 액수가 제일 많았고, 고려대도 누적 적립금 2305억원 중 813억원을 기타 적립금으로 적립해 뒤를 이었다. 누적 적립금 중 기타 적립금 비율은 경희대가 67.9%(1100억원 중 747억원)로 가장 높았고, 단국대가 61.6%(729억원 중 449억원)로 그다음이었다.

사립대의 적립금은 ▷연구 적립금 ▷건축 적립금 ▷장학 적립금 ▷퇴직 적립금 등 사업적 용도에 따라서 나뉘어 적립된다. 그러나 기타 적립금은 위 네 가지를 제외한 용도에 사용하기 위한 적립금이다.

등록금넷 관계자는 “용도를 정하지 않은 기타 적립금은 비교육적인 용도로 사용될 수 있지만 관련 규정이 없어서인지 대학들은 적립금 운용 내역의 세부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쌈짓돈으로 활용된다는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대학은 적립금 운용 내역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학들은 기타 적립금에 대해 ‘사용처를 특정하지 않은 기부금’ 등이 모인 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교과부 관계자는 “특정 목적 없이 들어온 기부금 등의 돈은 내부 의사 결정 과정을 거쳐서 사용하면 된다”면서도 “대학이 이 돈을 사용해야 한다고 정부가 지시할 수는 없지만, 적립금 운용 현황에 대한 내용 공개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22일 열린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등록금으로 과도한 적립금을 조성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통과돼 다음주 법사위와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

개정안은 학생 등록금에 의한 적립금은 당해 연도 건물의 감가상각비 상당액에만 한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경우 2010회계연도 가결산 기준으로 적립금 상위 10개 대학의 경우 최고 489억원에서 14억원까지 모두 1591억원의 적립금 전환이 억제되는 것으로 교육과학기술부는 추산했다.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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