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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로 밝혀진 증권사와 스캘퍼의 ‘검은 뒷거래’…증권사 대표이사도 무더기 기소
뉴스종합| 2011-06-23 17:19
주식워런트증권(Equity Linked Warrant. ELW)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증권사 전용 회선을 사용하는 등 특혜를 받아 수백억원의 부당이익을 거둔 스캘퍼(초단타 매매자)와 이들을 도운 증권사 직원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한 증권사 대표이사 등도 특혜를 승인한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검사 이성윤)는 ELW매매 주문이 일반투자자보다 빠르게 한국거래소에 도달하도록 증권사로부터 주문체결전용시스템 등 특혜를 제공받아 거액을 챙긴 혐의(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 위반)로 스캘퍼 손모(40) 씨 등 2명을 구속기소하고 1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또한 이들에게 특혜를 제공하는 대가로 수억원을 받은 H증권사 직원 나모(38) 씨 등 12개 증권사 전·현직 직원 2명을 구속 기소하고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ELS란 미래의 특정시점(만기)에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특정주식가격이나 KOSPI200지수 같은 기초자산을 사거나 팔 수 있는 옵션 상품이다. 주식계좌를 이용해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으면서 직접 주식에 투자하는 것보다 적은 비용으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때문에 소액투자자들이 많이 몰리면서 2010년 하루 평균 거래대금만 1조9000억원에 달할 만큼 세계 1위 ELW시장인 홍콩에 버금갈 정도로 급성장했다.
[사진=서울중앙지검]

검찰에 따르면 스캘퍼들은 증권사 직원과 짜고 ELW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거래소까지의 주문 속도를 높이기 위해 보안장치를 거치지 않게 하거나 자신들만을 위한 매매프로그램이 탑재된 컴퓨터를 증권사 내부 전산망에 직접 연결시키는 등 일반투자자들은 상상도 못할 특혜를 통해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까지 부당한 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이런 수법을 이용해 일반투자자보다 약 3~8배 빨리 주문을 처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ELW시장에 개설된 스캘퍼의 계좌는 전체의 0.16%에 불과하지만 ELW전체 거래 대금의 75%이상을 차지하는 실정이다.

검찰은 또한 ELW불법거래가 몇몇 증권사 직원에 의해 벌어진 것이 아니라 증권사 차원에서 이뤄진 사실을 밝혀냈다. 검찰에 따르면 증권사는 ELW거래가 성황을 이루는 것처럼 보이도록해 일반투자자를 유인하고, 증권사의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스캘퍼와 공생관계를 맺어왔다고 밝혔다.

또한 스캘퍼로부터 들어오는 막대한 수수료 수입도 증권사들이 스캘퍼와 손을 잡는 요인이 됐다. 증권사들이 스캘퍼로부터 벌어들인 수수료 수익은 지난해 한해에만 약 711억원에 달한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한 증권사는 스캘퍼에게 증권사 사무실을 내주고 증권사 서버의 전용선을 제공하는가하면 아예 스캘퍼를 직원으로 고용한 증권사도 있었다.

이처럼 스캘퍼와 증권사가 ‘그들만의 리그’에서 환호성을 지르며 거액을 챙기는 동안 이를 알리 없는 3만여 일반투자자들은 약 4143억원(2009년 12월말 기준)을 날렸다. ELW를 두고 ‘개미들의 무덤’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 관계자는 “이는 마치 장애물경기에서 주최 측과 특정 선수가 짜고 특정선수에게 스타트라인을 앞당겨 주거나 장애물을 줄여준 꼴”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서울중앙지검]

또한 검찰은 이들 12개 증권사 대표이사 등 25명을 ELW불법거래를 승인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증권사 대표이사 등이 ELW불법거래를 지시하고 감독한만큼 그 지위에 맞는 형사 책임을 묻고자 했다”고 밝혔다. 불법거래에 가담한 증권사는 금융감독원에 통보해 제재조치를 받도록 했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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