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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중산층이 사라지고 있다
뉴스종합| 2011-06-28 11:33
노동력 편중·소득불균형

전세계 중산층 몰락 부추겨


美중산층 남성 실질소득

1975년 이후 제자리걸음


고임금-저임금 사이 중간임금직

英·佛에선 10%이상 줄어들어


고소득층은 갈수록 풍족한 삶

중산층이 설 자리는 어디에…


세계화는 ‘덫’이 될 수도 있고, 중산층이 붐비는 ‘평평한 세상’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란 엇갈린 전망이 여전하다. 그러나 세상은 높낮이가 적어지는 평평한 세상보다는 ‘20대80 사회’에서 중산층이 세계화의 덫에 걸려 퇴조하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세계화로 주가와 기업이익은 2배로 늘어나겠지만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계속 줄어들고, 실업률과 국가 재정적자도 심각하게 늘어난다. 이러한 불안한 현실은 중산층을 소멸시킬 것이다.” 1997년 독일 언론인인 한스 피터 마르틴의 ‘세계화의 덫’이란 책을 통한 성찰은 14년이 지난 지금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영국 일간지인 파이낸셜타임스(FT)는 ‘2차대전 이후 내 부모보다는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그리고 부모들도 내 자식은 나보다 더 나은 수준의 삶을 살 것이란 중산층의 꿈’이 사라지고 있다고 28일 보도했다. FT는 지난 2008년 미국에서 비롯된 글로벌 위기를 겪으면서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들고, 그나마 다니고 있는 직장의 임금도 오르기는커녕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중산층의 쇠퇴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지난 2008년 미국에서 비롯된 글로벌 위기를 겪으면서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들고, 그나마 다니고 있는 직장의 임금도 오르기는커녕 줄어들면서 지구촌 중산층의 쇠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FT는 노동력 편중과 소득불균형 등이 전 세계 중산층을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중산층의 소득은 오르지 않고 있다. 미국의 중산층(남성) 실질소득은 1975년 이후 늘어나지 않고 제자리걸음이다. 독일의 중산층은 오히려 최근 10년 동안 소득이 줄어들었다. 일본의 세전 가계소득 역시 2000년 중반부터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게차를 운전하는 한 영국인은 2010년 기준으로 1년 동안 1만9068파운드(약 3300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그러나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오히려 1978년보다 소득이 5% 줄어들었다.

중산층의 소득이 줄어들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중산층이 일할 만한 일자리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런던경제대학의 앨런 매닝 교수는 선진국의 노동시장이 점점 고소득층 중심으로 편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1993년과 2006년 사이 전체 고용에서 고임금직과 저임금직은 주요 국가에서 예외 없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고임금과 저임금 사이의 직종은 그 비율이 크게 낮아졌다. 이 기간 중 고임금과 저임금 사이의 중간임금직은 영국 프랑스에선 10% 이상 줄었고, 독일 미국 이탈리아 등 주요 선진국도 5~10% 감소했다. 반면 고임금직은 이탈리아의 경우 20% 가까이, 미국은 5%가량 각각 증가했다. 저임금직종 역시 예외 없이 늘었다.

노동시장에서는 더 이상 어중간한 기술을 갖춘 근로자를 원하지 않고 싸거나 고도의 전문적인 기술을 갖춘 자들만이 시장에서 매력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중산층이 시장에서 찾을 수 있는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실제로 인터넷, 컴퓨터 등 관련 전공자는 더 많은 고용의 기회를 얻고 있다. 사이버 세상이 발달하면서 이들이 시장에서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이 크기 때문이다.

노동시장에 경쟁 논리가 적용된 것도 소득불균형을 심화시켰다는 지적이다. 같은 직장 내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소위 ‘스타급’으로 불리는 사람들이 등장하면서 같은 직종 내에서의 소득 격차를 키웠다.

중산층은 살기 힘들어졌지만 고소득층은 갈수록 풍족한 삶을 누리고 있다. 미국의 경우, 1974년 세전수입 상위 1%가 전체 소득의 8%를 차지했었다. 그러나 2008년에는 이들 상위 1%의 고소득층은 미국 전체 소득의 18%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소득불균형은 비단 미국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2개 선진경제권 국가 가운데 17개국에서 소득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OECD 보고서는 “덴마크 독일 스웨덴 등은 전통적으로 소득불균형 현상이 적게 나타났던 국가들이었지만, 지금은 이 같은 불균형 심화 트렌드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 이런 문제를 해소하려고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대다수 OECD 국가의 정부들은 소득불균형 문제를 풀기 위해 임금 등에 대해 과세되는 지불급여세(payroll tax)를 조정하고, 수당 시스템을 확대하는 등의 대책을 쏟아냈다. 다만 소득불균형 현상이 이런 대책보다 더 심각하고 빠르게 진행됐다는 데 문제가 있다.

윤희진 기자/jji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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