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CJ그룹은 이번 대한통운을 인수하면서 대한민국 물류산업에 한 획을 긋는 중요한 터닝 포인트를 맞았다. 하지만 대한통운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넘어야할 산이 많다.
▶인수자금과 고용승계 등 넘어야할 산=CJ가 대한통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최종 선정될 경우 남은 과제는 두 가지. 하나는 안정적인 인수대금 조달문제, 또 하나는 인수 후 통합 문제다. 우선 인수 자금에 대해 CJ측은 큰 걱정이 없다. 인수대금의 경우 은행권에서 받은 투자확약서(LOC) 금액이 6000억원과 CJ가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 5.5%도 시가 1조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CJ가 보유한 현금 및 유동성 자산 5400억원도 활용할 수 있다.
아울러 CJ제일제당이 삼성생명 지분 500만주를 팔면서 번 돈 등 각 계열사가 보유한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등 포함)만 1조6000억원 규모다. 여기에 그룹 전체의 작년 말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만 1조5000억원 정도다. 최악의 경우엔 이재현 회장의 사재 출연도 가능한 상황이다.
문제는 자금문제 보다는 대한통운 임직원의 순탄한 통합작업이다. 대한통운 노조는 포스코에 인수되기를 희망하면서 CJ에 인수될 경우 강경투쟁을 예고한 바 있기 때문이다. CJ GLS와 대한통운 사업부문이 겹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구조조정을 우려해왔다. 그동안 대한통운 직원들과 노조가 기존 사업영역에서 중복 없는 포스코가 최종 인수자로 결정되길 기대했던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하지만 CJ는 이같은 문제 또한 무난히 해결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를 달래고자 이번 제안서에 대한통운 임직원 모두에 대해 5년간의 고용보장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한통운의 노조와 직원들의 고용승계를 원만히 처리하느냐에 충분한 고민을 해야 대한통운 인수 후 성공적인연착륙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CJ그룹이 최종 인수자로 결정된 뒤 기존 사업장과 같은 노조 무력화에 나선다면 지금까지 큰 노사분규 없이 운영되던 대한통운의 파행은 물론 화물연대와의 연합을 통한 제 2의 물류대란도 점쳐지고 있다.
CJ는 향후 그룹의 성장동력을 통합물류 서비스에서 찾으려 하는 만큼 대한통운을 더 크게 성장시킬 것이라는 비전을 갖고 있다. 이런 전망이 대한통운 임직원들을 하나둘씩 설득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시너지 통한 글로벌 물류기업 도약=CJ그룹은 국내 최대 물류기업 대한통운 인수를 통해 아시아 넘버 원의 물류망을 완성하고 제조 및 물류계열사를 갖춘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이관훈 CJ 대표는 얼마 전 “CJ가 대한통운을 인수할 경우 그룹의 주력 사업으로 키워 글로벌 물류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것이 이재현 회장의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CJ가 주목하는 대목은 대한통운의 물류 네트워크다. 대한통운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CJ GLS를 통해 택배 등 물류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CJ는 대한통운을 인수하게 될 경우 단숨에 업계 1위로 올라서게 된다.
CJ는 이미 물류를 담당하는 CJ GLS라는 자회사가 있다. 대한통운을 인수하면 자회사와 대한통운 간의 역할 분담, 물량 배분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한다. CJ는 지난 2006년 삼성물산으로부터 물류회사 HTH를 인수한 데 이어, 싱가포르 물류기업인 어코드를 인수하는 등 그간 공격적인 M&A 행보를 보여온 바 있다.
인수전에서 승리한 CJ는 식음료와 식자재, 홈쇼핑 등에 든든한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 그룹 물류 계열사인 CJ GLS 역시 국내 시장을 기반으로 해 최근 해외물류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어 대한통운 인수에 따른 사업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CJ는 물류사업(GLS) 부문과 대한통운 부문을 합쳐 2020년까지 20조원 매출을 달성, 물류부문 글로벌 톱10에 진입한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CJ 관계자는 “대한통운은 물류센터를 기반으로 하는 하드웨어 중심의 물류를 지향하고, GLS는 소프트웨어를 강조하는 물류사업을 해왔기 때문에 이들이 합쳐지면 가장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CJ가 그룹 성장 사운을 걸고 대한통운 인수에 매달린 이유다.
<최남주 기자 @choijusa> calltax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