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도레이 한국 공장 의미
뉴스종합| 2011-06-29 09:24
“왜 한국이냐?”

합성섬유.화학소재 업체인 일본 도레이가 한국법인인 도레이첨단소재와 경북 구미 국가산업단지에 향후 10년간 1조3000억원을 투자한다는 양해각서를 28일 발표하자 한국과 일본 외신 기자들의 관심은 도레이가 한국을 택한 이유에 쏠렸다.

일본 도레이는 탄소섬유 1만4000t을 생산해 한국을 세계 최대의 탄소섬유 생산 거점으로 육성한다고 밝혔다. 이는 일본 현지 공장의 생산량보다 더 많은 규모이다. 탄소섬유라는 첨단기술을 우리나라에 이전한다는 것도 쉬운 결정은 아니다. 일본 도레이가 한국을 생산기지로 택한 과정을 둘러보면 한국 산업의 장점이 보일 법하다.

닛카쿠 아키히로 일본 도레이 사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낚시대, 항공, 우주산업 등 하이엔드급 제품만 생산하면 일본에서도 이익을 낼 수 있는데, 산업용 용도가 많아지면서 가격 경쟁력이 중요진다. 아시아에서 가장 경쟁력이 있는 곳이 한국”이라고 말했다.

그 경쟁력의 첫째는 수준높은 완제품 공장과 탄탄한 중간단계 업체의 존재다. 일본 도레이가 한국에서 생산하려 하는 탄소섬유 제품은 향후 사용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산업용 탄소섬유 소재다. 산업용으로 탄소섬유는 아직 첫발을 디딘데 불과한데, 한국의 제조기술을 통해 사업확대를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도레이는 판단했다는 것이다.

닛카구 사장은 탄소섬유를 응용할 수 있는 반도체, 조선, 자동차를 생산하는 삼성, 현대와 같은 세계적인 최종 제품 생산 메이커가 존재하고 탄소섬유라는 소재를 가공할 수 있는 중간기재 공장이 많이 존재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도레이첨단소재는 향후 탄소 섬유 클러스터를 만들어지면 전후방으로 10조원 규모의 산업이 형성된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과 프랑스 공장이 항공 산업을 노린 안전한 진출이라면 한국 진출은 가능성을 창출하는 도전인 셈이다.

FTA 협정도 도레이의 판단에 영향을 끼쳤다. 탄소섬유는 고부가 가치 사업인 만큼 범용소재와는 달리 FTA의 혜택을 많이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는 미국, EU, 중국 등과 동시다발적인 FTA를 추진 중이다.

정부 지원도 큰 도움이 됐다. 지경부는 탄소섬유를 핵심성장 산업으로 선정하고 지원하고 있다. 한일의원연맹 회장이자 코오롱 사장을 역임하면서 도레이와 관계를 맺어온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은 탄소섬유 공장 유치를 위해 도레이사를 세번이나 방문하기도 했다.

한국은 일본 도레이의 중기 경영과제인 ‘그린 이노베이션’과 ‘아시아ㆍ신흥국 사업 확대’을 모두 충족시키는 최적의 요지이기도 하다. 닛카쿠 사장은 “한국이 추진하고 있는 녹색성장도 투자 결정에 중요한 요인이 됐다”고 말했다. 또한 아시아 국가 중 기술력이나 노동력의 질 등에서 우수하다는 것도 고려대상이었다고 밝혔다.

<이상화 기자 @sanghwa9989> sh9989@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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