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의사소통·음식 적응 가장 힘들었죠”
뉴스종합| 2011-07-01 11:42
병든 남편·시어머니 수발하며 생계꾸려

농장일·학업·통역봉사 등 일인 다역




“다른 며느리는 매운 것을 잘 먹는데 왜 너는 김치도 못 먹냐.” 처음엔 시어머니의 이런 타박에 주눅만 들었다. “어딜 그렇게 싸돌아다니냐. 말귀도 못 알아 듣고.” 그런 시어머니에게 후인 티 홍 수옹(25) 씨는 이제 이렇게 말한다. “어머니, 고기 사 주신다고요. 언제 사주실 건데요?” 팔짱을 끼고 애교를 부리면 시어머니는 더 이상 화를 내지 못한다. 힘든 농장일을 끝내고 온 그지만 곧 웃는 얼굴로 “잠시 기다리세요. 제가 얼른 집안 정리할게요” 하고 집안일을 시작한다.

홍 수옹 씨는 지난 2006년 베트남에서 선을 보고 한국인 남편과 결혼했다. 남편은 전라남도 화순에서 3남 2녀의 장남으로 홀어머니를 모시고 있었다. 행복을 꿈꾸며 한국에 왔지만 결혼 후 남편은 병을 얻었고 실직했다. 홍 수옹 씨는 아이 둘을 낳고 식당일과 농장일을 가리지 않으며 살림을 책임졌다.

무뚝뚝한 남편에 까다로운 시어머니와 함께 살면서 힘든 일도 많았지만 홍 수옹 씨는 웃음을 잃지 않고 화목한 가정을 일궈냈다. 이런 사연으로 홍 수옹 씨는 최근 외환은행나눔재단이 주최하는 제3회 외환다문화가정대상 공모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홍 수옹 씨는 “다문화가정지원센터에서 권해 참여하게 됐고, 대상 수상 소식에 나는 물론이고 가족들도 깜짝 놀랐다”며 “상을 받은 덕분에 7월이나 8월쯤 심장 수술 예정인 아버지를 찾아뵐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외환은행나눔재단은 대상 수상자에게 1000만원의 상금과 일주일간 친정을 방문할 수 있는 300만원의 비용을 지원한다. 홍 수옹 씨는 상금으로 받은 1000만원은 생활비에 보탤 계획이다.

요즘 고추 농장에서 일하는 그는 오전 6시30분부터 오후 7시까지 일을 하고 4만원을 일당으로 받는다. 그는 “저녁식사를 한 후 11시부터는 공부를 한다”며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은 다문화가정지원센터에서 통역 등의 봉사를 하고 주말엔 방송통신학교에 공부하러 간다”고 말했다.

의사소통과 음식에 적응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는 그는 이젠 한국말도 잘하고 냄새도 못 맡던 청국장도 잘 먹는다. 홍 수옹 씨는 “배는 고픈데 먹을 수 없는 고통도 사라졌고 한국어도 정확하게 발음하고 쓸 수 있게 되면서 시어머니에게 혼나고 남편과 싸우는 일도 줄었다”며 “자연스럽게 상대를 이해하고 문제가 생겨도 해결해나갈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다문화가족 베트남 자조모임 회장직을 맡고 있는 그는 다문화가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부부 싸움과 고부 간의 갈등에 대해서도 나서서 상담하고 있다. 한때 힘들어 베트남으로 돌아갈 생각까지 했던 그지만 지금은 많은 계획들로 한국에서의 미래를 희망으로 채우고 있다. “통신고등학교에 다니며 한국어 능력시험 5급에도 도전할 거에요. 졸업 후엔 사회복지 전공으로 대학도 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윤정현 기자/hi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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