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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헤지펀드 바람이 분다
뉴스종합| 2011-07-01 12:48
증권업계가 헤지펀드 바람으로 술렁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헤지펀드 도입방안 및 프라임브로커 업무 관련 규제정비 등을 포함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고, 관련 절차를 걸쳐 오는 9월 중으로 시행한다.

일반인들이야 왜 이리 난리일까 싶겠지만, 관련 업계는 사뭇 진지하다.

자기자본 1조원 이상인 증권사 10곳과 사모형 수탁액 4조원 이상인 11개 자산운용사, 일임계약액 5000억원 이상인 6개 투자자문사가 당장 헤지펀드를 내놓을 것으로 보이는데, 모두가 대한민국 간판 투자회사들이다.

헤지펀드는 자본이 축적되고 경제가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드는 선진국에서 발전하는 게 보통이다. 저금리로 부동산 시장의 성장이 정체되고 주식에 대한 수익률 기대치가 제한되는 상황에서 최첨단 투자기법을 통해 은행 금리보다 높은 연평균 수익률을 꾸준히 내는 것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천문학적 이익을 거두는 미국의 투자은행(IB)들의 핵심 사업영역도 바로 헤지펀드 관련이다.

이처럼 매우 유망한 데다 예전에 전혀 존재하지 않던 시장이다 보니 헤지펀드 운용업 인가 기준은 물론 투자자 제한기준, 운용인력 요건까지 하나하나에 증권업계의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당초 금융당국은 자본시장법 시행과 함께 헤지펀드도 도입하려 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여의치 않았다. 정식적인 법 개정이 아닌 시행령 개정이라는 방법으로라도 올해 도입을 강행하는 데는 ‘더 이상은 늦출 수 없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글로벌 헤지펀드 시장은 성장이 가속화되고 있는 데 반해 우리만 손발을 꽁꽁 묶어놓고는 국내 자산운용시장이나 관련 산업이 도약할 수 없다는 얘기다.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IB 등으로 업무영역을 확장하고 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증권사들의 수익은 증시 부침에 따라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었다. 헤지펀드라는 새로운 상품으로 시장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새로운 운용기법과 프라임브로커리지(헤지펀드에 대해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익을 얻는 사업)로 업무영역의 격을 한 단계 높일 수 있으니 자연스레 목을 맬 수밖에 없다.

김명호 현대증권 헤지펀드 TF팀장은 “프라임브로커리지를 하기 위해서는 주식대차나 신용공여, 청산 및 결제 시스템 구축까지 업무 자체가 다양화ㆍ복합화돼야 한다. 또 자산 운용에 있어서는 모든 자산을 대상으로 다양한 기법을 쓸 수 있기 때문에 시장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처음 도입되는 시장이다 보니 대형 증권사들의 경우 헤지펀드 운용을 두고는 해외 헤지펀드 운용사와 손을 잡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대우증권은 올 초에 미국 헤지펀드 운용사인 밀레니엄파트너스 사와 헤지펀드 상품에 대한 국내 독점판매 계약을 체결했으며, 영국 에스팩캐피털, 스위스 하코트 등과도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현대증권 역시 해외 헤지펀드 운용사들과 제휴해 헤지펀드에 직접 투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하나대투증권은 전략적 파트너와 연계한 출자 방식으로 진출을 모색 중이다. 삼성증권은 해외 네트워크 강화를 위해 외국인 인력을 보유하고 해외 헤지펀드와의 정보 소통에 힘쓰고 있다.

국내 헤지펀드 시장이 어느 정도의 수요를 창출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일단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지난해부터 증권사들이 판매한 재간접헤지펀드에도 길지 않은 시간에 수천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정진균 삼성증권 AI팀장은 “국내외 연기금 등 대형 자금운용기관에서 헤지펀드를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주식 등 전통 자산군과의 연동성이나 변동성이 낮다는 점”이라며 “투자자에게는 자산 분배에 있어서 최적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고 밝혔다.

헤지펀드가 활성화된다면 그간 부동산에 편중돼 있던 국내 투자 포트폴리오 자체에 변화가 생기게 된다.

박윤영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적립식 펀드부터 유발된 자본시장 상품의 다양화가 CMA, ELS로 이어졌고, 최근에는 랩어카운트로 이어지면서 금융소비자의 다양한 기호를 충족시켜왔다. 헤지펀드는 부동산에 편중돼 있는 고액자산가들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자본시장으로 다변화시킬 수 있는 또 하나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안상미 기자/hug@heraldcorp.com


재간접 헤지펀드 상품 들여다보니…

하락장서 매도 수익 ‘CTA전략’

컴퓨터에 입력된 변수따라 매매

개인투자자 가입제한금액 1~2억원

운용보수 외 성과보수 평균 20%


2007년 펀드 열풍에 이은 최고의 히트 상품은 지난해 선보인 랩어카운트였다. 다음 타자는 헤지펀드가 될 수 있을까.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헤지펀드 상품으로는 재간접헤지펀드 정도만 접할 수 있을 전망이다. 헤지펀드 도입을 위해 예고된 자본시장법 시행령에도 재간접헤지펀드 가입 제한 금액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현재 시장에서는 1억~2억원가량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무나 투자하지 못하는 헤지펀드 상품은 어떻게 운용되는지 국내에서 출시된 사모 재간접헤지펀드 상품을 통해 살펴봤다. 지난해 말부터 기관을 대상으로 나온 재간접헤지펀드는 대부분 비슷한 운용사의 상품들에 분산투자하는 방식이었다. 국내 증권사들도 경험이 없어 어느 정도 규모가 되고 성적이 좋은 곳들을 먼저 선택하다 보니 생긴 결과다.

A 자산운용사에서 내놓은 재간접헤지펀드는 ‘Man AHL Diversified Guernsey Fund’와 ‘Lyxor Winton Future Fund’, ‘GAM Star Global Rates Fund’ 등에 분산투자한다.

‘Man AHL Diversified Guernsey Fund’와 ‘Lyxor Winton Future Fund’는 CTA 전략을 사용한다. CTA 전략은 일반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각종 선물 품목들을 운용하는 전략을 통칭한다. 기존 매수 중심에서 벗어나 하락장에서도 매도(short)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진다. 매니저의 예측이 아니라 컴퓨터에 입력된 변수에 따라 시장 트렌드를 좇아 매매한다. 위로든 아래로든 추세가 뚜렷할수록 수익률이 높아진다. 투자대상은 전 세계 주식과 채권, 상품, 외환 등이다. ‘Winton Future Fund’는 CTA 펀드로는 규모가 세계에서 2번째로 크다.

‘GAM Star Global Rates Fund’는 글로벌 매크로 전략을 쓴다. 거시 분석을 통해 매니저가 미래를 예측, 현재 고평가 혹은 저평가된 채권이나 환율에 대해 롱(longㆍ매수)/쇼트(shortㆍ매도) 전략을 수행한다. 추세를 미리 예측한다는 점에서 CTA와는 반대인 셈이다. 투자비중은 채권 70%, 외환 30%다.

B 자산운용사의 상품은 ‘Man AHL Diversified Guernsey Fund’와 ‘UBS Winton Futures Fund’, ‘Lyxor QIM Fund’에 분산투자했다. A 자산운용사와 달리 CTA 전략을 쓰는 펀드에 모두 투자했다. 수익률 극대화를 위해 투자금의 인출이 쉬운, 즉 가장 유동성이 풍부하고 인기가 있는 CTA 전략으로만 펀드를 구성했다는 설명이다. 각각에 30% 안팎으로 투자한다. 투자나 환매 모두 주간 기준으로 가능하다. 운용보수 외에 성과보수 20%가 있는 점은 헤지펀드 업계 평균 수준이다.

두 상품 모두 동시에 편입하고 있는 ‘Man AHL Diversified Guernsey Fund’는 금융위기 당시 증시가 50%(MSCI 월드 인덱스 기준) 하락한 상황에서도 32.8%의 수익을 달성해 잘 알려진 펀드다. 지난 1996년 설정된 이후 지난해까지 달성한 연간 수익률은 16.5%다.

<안상미 기자 @hugahn> hu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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