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일반
이번엔 유가…‘최틀러’ 의 부활
뉴스종합| 2011-07-04 11:15
환율서…

재정부 국제금융국장시절

1140원 방어 사투 불구

수조원 재정손실 초래


유가로…

ℓ당 2000원선 마지노선

정유사·주유소와 일전 예고

유류세인하 등 적극 개입



‘최중경 라인’이 부활했다. 그 대상이 환율에서 기름값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정부의 1차 방어선은 보통 휘발유값을 기준으로 ℓ당 2000원이다. 이를 둘러싼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정유사 간 긴장감이 증폭되고 있다.

▶최중경 라인의 부활=최중경 라인은 2003~2005년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으로 일하던 시절 만들어진 말이다. 달러당 1140원을 환율 마지노선으로 삼아 정부와 외환투자자 간 일전이 벌어졌다.

1140원 선을 지키기 위해 외환당국은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고 수조원의 손실도 입었다. 이 때 최 장관은 최틀러란 별명을 얻었다.

지경부로 자리를 옮긴 최 장관은 새로운 최중경 라인을 구축하는 중이다. 1차 지지선은 휘발유 ℓ당 2000원 선이다. 과거 환율과 외환투기세력이었던 대상이 석유가격과 정유사, 유통사, 주유소로 달라졌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소비자가 심리적으로 ‘너무 비싸다’고 느끼면서 소비행태에까지 변화를 줄 수 있는 수준을 휘발유 1ℓ 기준 2000원 선으로 본다”면서 “과거 2007~2008년 고유가 위기 때 1500원 선이 그랬던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2008년 초 재정부가 한시 조치이긴 했지만 유류세 10% 인하를 결정한 것도 휘발유 가격이 ℓ당 1500원 선을 넘어섰기 때문이었다.

6일이면 정유사가 실시했던 석유제품 공급가격 ℓ당 100원 인하 조치가 끝난다.

100원 환원을 앞두고 석유값이 오를 기미가 보이자 지경부는 서둘러 ▷석유 사재기, 편법 인상 단속 ▷국제에너지기구(IEA) 전략비축유 방출 참여 ▷유류세 인하 검토 등의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달 30일 최 장관은 직접 ‘구두 개입’에 나서기도 했다. 지경부 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정유사가 부담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휘발유값 2000원 선 앞두고 ‘커지는 긴장감’ =하지만 정부의 엄포도 소용없었다. 한국석유공사의 유가정보서비스(오피넷)에서 집계한 지난 3일 보통 휘발유 주유소 판매가격은 ℓ당 1921.63원으로 하루 전에 비해 0.17원 올랐다. 소폭이긴 하지만 상승세로 돌아섰다.

고급 휘발유 가격의 오름세는 가팔랐다. 3일 기준 ℓ당 2139.27원으로 지난 5월 20일 2140.15원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지경부는 유류 관세 인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더욱 높였다. 재정부의 부정적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4일 지경부 고위 당국자는 “원유 할당관세 인하가 필요하다는 입장에 변화는 없다”면서 “재정부에 유류 관세 인하를 요청한 상태이며,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유류 관세 인하, 비축유 방출 등 석유가격을 끌어내리기 위한 조치를 시행하는 데 직간접적으로 정부 재정이 들어간다.

석유 공급ㆍ유통단계에서 그 효과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면 석유제품값은 안정되지 않은 채 나랏돈만 소요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과거 최중경 라인을 둘러싼 환율 전쟁은 막대한 정부 손실을 초래했다. 같은 일이 석유시장에서 재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함께 커지고 있다.

조현숙 기자/newea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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