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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평창과 정주영 88올림픽… 30년 세월 뛰어넘는 놀랄만한 그 닮은 꼴과 교훈
뉴스종합| 2011-07-08 09:02
역사는 반복된다. 다만 그것을 통해 조금씩 진화한다. 그렇게 만드는 것이 후세의 몫이다.

‘올림픽’도 그랬다. 이번 평창올림픽의 일등공신 중 한 명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다. 특별사면으로 부여받은 특별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30년 전에는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있었다. 1981년 독일 바덴바덴에서 88올림픽 유치지로 서울이 확정됐을 때, 그가 내보인 눈물과 환호는 가슴 뭉클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흥미로운 것은 88올림픽이 확정된 1981년과 평창올림픽을 거머쥔 2011년, 그 30년의 장벽을 훌쩍 뛰어넘어 존재하는 정주영과 이건희 회장의 모습에선 놀랄만한 닮은꼴이 발견되고 있다는 점이다. ‘바덴바덴의 기적’과 ‘3수만의 더반 감동 드라마’ 주역 간엔 많은 동질감이 엿보인다.

정 회장과 이 회장은 다 같이 역사적 사명감을 부여받고 소매를 걷어 부쳤다. 정부가 다소 억지로 올림픽유치위원장을 떠맡긴 정 회장과, 사면을 통해 IOC 위원 행보에 날개를 단 이 회장의 입장은 조금 달랐지만 어쨋든 세계 각국을 누비며 사생결단의 적극적인 지원사격 행보를 펼쳤다.

시간은 짧았다. 정 회장이 뛴 기간은 고작 10개월이었고, 이 회장은 지난해 밴쿠버 동계올림픽 개최 이후 15개월 동안 동분서주했다.

방식은 조금 달랐다. 정 회장은 주위에선 불가능에 가깝다고 했지만 “해봤어?”라며 특유의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정 회장은 마지막 한달가량은 독일에 머물면서 IOC 위원을 두루 만나는 등 각개 격파에 몰두했다. 이 회장은 수적천석(水滴穿石ㆍ끊임없는 물방울은 바위를 뚫는다)을 굳게 믿었다. 사람을 마음을 녹이는 것은 ‘파워’가 아니라 ‘부단한 정성’임을 믿고, IOC 위원들의 가슴에 들어가는 작전을 취했다.

정 회장은 당시 유력한 경쟁국인 일본이 IOC 위원들에게 고급 시계를 선물하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위원들이 묵던 호텔 방에 싱싱한 생화를 매일 배달해 결국 마음을 조금씩 돌리는 데 성공했다. 이 회장은 15개월동안 총 11차례, 170일동안 해외에서 보냈다. IOC 위원과 만날때면 그 이름이 새겨진 냅킨을 테이블에 비치해 진한 감동을 줬다.

이같은 배려가 시너지를 발휘한 것은 정 회장이나 이 회장이나 세계 무대에서 내로라 하는 글로벌네트워크와 폭넓은 인맥을 가졌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둘 다 정부의 대기업 압박이 심했던 시기에 성과를 달성했다는 것도 비슷하다. 정 회장이 활약한 시점은 신군부가 산업통폐합 조치로 대기업을 압박했고 전경련 회장직도 바꿀 것 같이 위세를 떨던 때 였다. 이 회장은 초과이익공유제나 동반성장 같은 대기업 규제에, 친 서민을 앞세운 정치권의 포퓰리즘에 재계가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조양호 회장 등 우군들과 함께 분투했다.

다만 세월의 차이만큼이나 상황이 다른 점도 많다. 정 회장은 사실상 홀홀단신으로 무거운 짐을 짊어졌다. 대한체육회는 일본이라는 강력한 경쟁 상대에 겁먹고 어쩔줄 몰라했고, 정부도 체면치레에 급급한 나머지 형식적으로 정 회장에게 사실상 책임을 전가한 형식이었다. 고독한 싸움이었다.

반면에 이 회장은 특별사면을 통해 활동 폭을 넓힐 수 있었다. 정부나 청와대, 강원도 등 총체적인 민관협동 작전이 이뤄져 기쁨의 눈물을 흘릴 수 있었다는 평가다.

물론 정 회장과 이 회장의 역할과 그 활약상이 닮았든, 차이가 나든 더 중요한 것은 올림픽 유치와 관련한 그 활용과 시너지 창출이라는 시대적 과제다.

88올림픽은 사회 양극화 계기가 됐다는 일각의 비판이 있기는 하지만, 국민에게 사상 최대의 감동을 선물했다. 올림픽대로, 88경기장, 잠실선수촌 등의 투자와 맞물리면서 경제 활성화도 견인했다. 성숙한 시민의식 조성은 88올림픽 최대 성과이기도 하다.

친환경 스포츠메카를 조성해 기업과 시장의 미래성장과 연관된 최소 투자, 최대 이익 창출의 평창올림픽이 됐으면 하는 바램이 나오고 있는 배경이다. 특히 업계에선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과잉투자로 대규모 적자를 낸 사실에서 반면교사를 얻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바로 이것이 30년을 뛰어넘어 재현된 스포츠, 재계 역사에 당위성이 부여되는 것이며 국민과 기업, 경제에 자부심으로 연결할 수 있는 직항로라는 평가다.

<김영상 기자 @yscafezz>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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