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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 법제화 10년…반대의견 ‘실종’
뉴스종합| 2011-07-10 13:02
국내 100대 상장사 사외이사들이 연봉으로 최고 1억여원을 받지만, 높은 급여수준에 비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적지않다. 기업의 주요안건을 심사할 때 ‘대주주의 거수기’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퇴색된 사외이사들의 ‘견제와 감시’ 기능 회복을 위해 전문성ㆍ독립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한다.

▶사외이사 법제화 10년, 안건 반대의견 ‘실종’=사외이사제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이후 지배주주를 비롯한 이사의 직무 집행을 감시ㆍ감독함으로써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투자자 이익을 보호하려고 2001년 도입됐다. 이때부터 모든 상장사는 일정 인원의 사외이사를 의무적으로 둬야 한다. 그러나 지난해 국내 100대 상장사의 2600여개 안건 중 대부분이 사외이사들의 견제없이 거의 만장일치 통과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살펴보면 국내 100대 상장사의 전체 2685개 안건 중 사외이사들의 반대로 부결된 것은 4건으로 0.15%에 불과했다. 보류된 안건은 7건으로 전체의 0.26%였다. 사외이사에 의해 안건이 일시적이나마 중단(부결ㆍ보류)된 비율이 0.41%(11건)에 그쳤다. 수정가결은 12건, 조건부 가결은 3건이었다. 대부분 대주주의 의사에 따라 손만 들어줬다는 증거다.

특히 ▷임원 특별상여금 지급 ▷계열사 유상증자 참여 ▷회사채 발행한도 승인 ▷이해관계자와 거래 승인 ▷타 법인 출자 등 소액 주주와 이해가 충돌할 수 있는 안건도 100% 찬성가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외이사들이 고액연봉을 받고도 ‘대주주 견제와 비판’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해 소액주주 권리를 외면했다는 비판이 이어지는 이유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이사회에서 사외이사의 반대 비율이 지나치게 낮다”며 “사외이사들의 전문성과 독립성이 너무 부족한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기능회복 위해 전문성ㆍ독립성 갖춰야=사외이사들이 적극적으로 반대 의견을 피력하지 못하는 배경에는 전문적 식견 부족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대주주와 특별한 관계 등에 따른 독립성 상실도 이유로 꼽힌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회사 경영진이 올린 안건에 대한 판단 능력이 없어 반대를 못 하거나 독립성이 부족해 찬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사외이사들의 반대의견이 많은 것이 꼭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사외이사제는 경영진의 의사 결정을 지연시키고 도전적 투자를 어렵게 하거나 중요한 기업 정보를 유출하는 단점이 있다는 것. 유통업체 한 사외이사는 “이사회 안건이 반대 없이 가결됐더라도 회사가 잘 운영되고 있다면 문제 될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외이사가 보다 실질적으로 투자자의 권익을 보호하려면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현행법상 사외이사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추천을 거쳐 주주총회에서 선임돼 독립성 확보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금융권 임원을 지낸 은행 사외이사는 “대주주가 일방적으로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것은 생각해볼 문제”라며 “특히 은행 등 공공성이 있는 기업이나 국가적인 기간산업 등의 사외이사는 공익을 대변하는 인물이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재섭 기자 @JSYUN10>/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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