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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육아법을 완전히 바꾸어 놓은 한 권의 책
라이프| 2011-07-17 09:44
육아해설서의 바이블로 일컬어지는 ‘유아와 육아의 상식’이 올해 출간 65주년을 맞았다. 미국의 소아과 의사인 벤저민 스포크 박사가 쓴 이 책은 1946년 미국에서 처음 출간된 뒤 전 세계 42개 언어로 번역돼 5000만부 이상이 팔려나갔다.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려나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제2차 세계대전 후 이렇다 할 육아가이드가 없던 시절 베이비붐 세대 부모들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친 책이다. 출간 당시 권위적인 미 의학계에서 스포크 박사는 아이들 중심의 육아법과 대화체 문장으로 육아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이 스포크 박사의 육아개념이 혁명적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부모들이여, 본능을 따르라”: 책이 처음 출간됐을 당시 미국의 의학계는 환자에게 ‘명령’을 내리는 분위기였고 육아법 역시 성인 위주의 시선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스포크 박사는 책의 포문을 여는 말머리부터 권위를 버렸다. 그는 전쟁 후 혼란한 시대에서 막 부모가 된 이들에게 “스스로를 믿으세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당신은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습니다”라고 부모들을 따뜻하게 격려했다. 이는 산부인과 의사 등 전문가가 절대 부족한 상황에서 “본능을 신뢰하고 상식을 따르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위안을 심어줬다.

▶“규칙보다 아기의 욕구를 먼저 살펴라”: 스포크 박사는 아기를 먹이고 재우는 것은 엄격한 시간표를 따라야 한다는 당시의 상식을 과감히 버렸다. 그는 “규칙적인 것은 좋다. 그러나 얽매일 필요는 없다”면서 아기가 배가 고파서 울고 있다면 때가 안 됐어도 바로 먹이는 것이 엄마나 아기의 정신건강에 더 좋다고 역설했다. 지금이야 당연한 관점이지만 당시만 해도 스포크 박사의 이러한 주장은 극히 위험한 발상으로 치부되며 논란의 중심에 놓였다.

▶“아기의 욕구를 금기시 말라”: 소아과의사로서 정신심리학에도 정통했던 그는 당시로서는 ‘혁명적’으로 여겨졌던 프로이드의 이론을 육아에 적용했다. 그는 아기들이 구강기, 항문기, 남근기, 잠복기, 생식기 등을 따라 성적욕구를 보이며 이를 억누르고 금기시 할 경우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는 프로이드의 발달이론에도 논란의 여지가 많지만, 스포크 박사의 이러한 관점은 당시 부모들이 아기들의 성적욕구와 행동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보는 데 도움을 주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육아법은 진화해야 한다”: 스포크 박사는 전 생애에 걸쳐 자신의 저서를 개정했다. 책이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육아는 온전히 엄마의 몫이었다. 그러나 스포크는 이후 이러한 견해가 잘못됐음을 인식하고 육아에 있어 아버지의 역할을 늘리고 성 중립적 기조를 유지했다. 1990년대 개정판에서는 아동비만 개념을 도입했고 이후 게이와 레즈비언 부모와 해외입양 아동을 위한 팁을 추가했다. 스포크 박사의 자서전을 쓴 작가 토마스 마이어는 “그는 스스로의 태도도 바꾸려 노력했다”면서 “자신이 지나치게 일 중심적이란 사실을 깨닫고 이후 다 자란 아들들에게 애정을 보여주려 노력했다”고 회고했다.

▶“그렇다, 아기는 사랑이 필요하다”: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이 명제의 경우도 100년 전엔 전혀 통용되지 않는 개념이었다. 20세기 초 육아해설서에는 아기에게 입맞춤을 하거나 너무 많이 안아주면 성격을 망친다고 소개됐다. 스포크 박사는 독자들에게 “아기는 그만의 정서적 욕구를 가진 ‘작은’ 사람”이란 개념을 심었다. 그는 마지막 개정판에서 “어린이들은 성장하고 탐색하고 경험하고 배우고 다른 이들과 관계를 쌓게 돼 있다”면서 “당신 스스로를 믿는 동시에 아이들을 믿어야 함을 명심하라”고 조언했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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