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
“1g 돌반지도 2주에 겨우 1개 팔려요”
뉴스종합| 2011-07-20 09:54
그나마 값만 묻고 발길돌려

예비부부도 14K만 찾아

매출 부진에 업종전환·폐업

‘IMF때가 좋았다’탄식도




# 1. 금값이 급등하면서 손님들 발길이 뚝 끊겼어요. 비싼 금값 때문에 개점휴업 상태입니다. 불과 몇 년 전 3000여개를 넘던 금은방이 올핸 2500개로 줄었어요.(종로 금은방 상인의 말)

# 2. 결혼반지와 목걸이 등 예물을 구입해야 하는데 금값이 3년 새 배 이상 올랐다고 하네요. 장롱 속에 들어갈 금 예물을 비싼 돈 주고 사느니 차라리 실용적인 가전제품을 장만하는 게 현명하죠.(결혼을 앞둔 예비신랑 양모 씨)



금값이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소식이 주요 뉴스를 장식한 19일 서울 종로. 대한민국 금은방 1번지로 불리는 서울 종로2~5가 주변에 영업 중인 금은방 상인들은 너나없이 표정이 밝지 않았다. 금값 신기록 행진에 연일 이어지면서 금을 사는 사람이나, 팔려는 사람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금은방마다 최고가 매입, 최고 대우, 국내 최저가 판매 등 소비자를 유혹하는 자극적인 선전문구를 내걸고 있지만 매장은 금반지 가격만 물어보고 가는 손님 1~2명이 전부일 뿐, 대부분 썰렁했다. 반나절이 넘도록 고객을 구경조차 하지 못한 곳도 즐비했다. 금값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금을 사거나 팔려는 매기가 뚝 끊겼기 때문이다.

요즘 금값은 말 그대로 금값이다. 19일 현재 금 한 돈(3.75g) 소매가격은 전주보다 4840원 오른 23만9580원으로 연중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세공비까지 포함된 한 돈짜리 돌반지를 구입하려면 25만원 이상을 줘야 한다는 게 금은방 상인들의 말이다.

19일 현재 금 한 돈 소매가격이 23만9580원을 기록하는 등 금값이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는 가운데 종로 일대 금은방들이 금을 사려는 사람과 팔려는 사람이 뚝 끊기면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를 들어갔다.

종로에 위치한 피오나의 김현희 씨는 “금값이 크게 오른 뒤 가격을 문의하는 사람은 있지만 정작 금을 사겠다는 손님은 없다”며 “그나마 금반지 등의 예물을 구입하던 예비부부들조차 금 대신 저렴한 14K 커플링을 찾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피오나처럼 많은 상점이 비싼 금값으로 인해 심각한 불황을 겪고 있다. 종로 일대 금은방에선 ‘두 집 건너 손님 한 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고객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빠진 종로 일대 금은방에선 IMF 때가 더 먹고살기 좋았다는 탄식의 소리도 간간이 들렸다.

종로에 위치한 또 다른 금은방 대림주얼리의 김호범(42) 씨도 “2~3년 전엔 돌반지를 일주일에 5~6개 정도 팔았는데 요즘엔 겨우 2~3개가 나갈 정도”라며 “순금을 줄인 1g짜리 돌반지도 2주에 1번 정도 팔아 근근이 매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넋두리를 쏟아냈다.

예물 구경차 종로에 나왔다는 예비신랑 양모(30) 씨는 “금값이 3년 새 배나 뛰었다고 들었는데 너무 올라서 금으로 무리하게 예물을 할 생각이 없다. 차라리 그 돈으로 실용적인 좋은 가전을 구매하기로 마음을 바꿨다”고 말했다. 그는 또 “6월에 결혼한 친구도 예물할 돈을 줄여서 몰디브로 신혼여행을 떠났다”는 말도 들려줬다.

이처럼 금값발 경기 불황이 심화되면서 종로 일대 금은방 숫자도 크게 감소했다. 매출 부진을 견디지 못한 금은방들이 생계를 위해 업종 전환하거나 아예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명보주얼리의 김선영 대표는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과거 3000개가 넘던 업체들이 10년 새 2500개로 크게 줄었다”고 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몇 년 새 금은방이 예전의 절반 수준인 2000개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어두운 전망도 숨기지 않았다.

상황이 어렵기는 대로변에 위치한 대형 금은방도 별반 차이가 없었다. 귀금속 전문점 웨딩프라자의 장모(44) 사장은 “다 어렵죠, 망해가는 집 많아요”라며 “요즘 예물 아니면 안 사고, 찾아오는 손님도 대여섯 명인데 하루에 한 개 팔기도 힘들다”고 어려운 상황을 설명했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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