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이 아파트에서 떨어져 숨진 60대 여성을 성폭행한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청주 청남경찰서는 20일 시신을 훼손한 혐의(사체오욕 등)로 충북 청원군의 한 고교에 재학하는18살 A군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A군은 18일 오전 3시40분께 흥덕구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숨져 있던 B(69.여)씨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애초 A군은 “한 할머니가 아파트 화단에 숨져 있다”며 경찰에 신고했으나, 시신상태에 대한 진술이 오락가락한 점을 수상히 여긴 경찰이 집중 추궁하자 범행을 자백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시신검안을 의뢰한 결과 숨진 할머니를 성폭행했다는 A군의 진술이 사실로 확인됐다”라며 “아니길 바랐는데 충격적이다”라고 말했다.
A군은 경찰에서 “어떻게 되는지 보려고 그랬다”고 말하는 등 범행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A군이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지에 대해 조사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범행 이유나 동기의 연관성을 찾아볼 수 없는 패륜적 범죄로, 범행에 대한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묻지마식 범죄’”라며 경찰은 교사들의 눈을 피해 이뤄지는 학생들 간의 폭력행위 때문에 A군의 인륜적 사고방식이 무너진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A군은 조사 과정에서 고등학교에 입학한 2009년부터 동급생 5∼6명으로부터 아무 이유도 없이 폭행을 당해왔다고 밝히면서도 이들에 대해 “처벌은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A군은 조사 과정에서 시신훼손과는 관련 없이 자신의 학교생활을 강조하며 “학교는 생각하기도, 가기도 싫다”고 말했는가 하면 “고등학교는 졸업해야 한다는 강요 때문에 싫어도 학교에 갈 수 밖에 없었다”는 속내를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학교에서 폭행을 당하면서도 억눌려 있던 감정이 자신보다 힘이 약한 노인을 향해 분출된 것 같다”며 “지난해 10월과 12월에도 학교에서 폭행을 당한 뒤 귀가하다가 노인들에게 분풀이 한 혐의로 입건돼 소년보호처분과 기소유예처분을 각각 받은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A군은 ‘경로당 앞에 노인들이 앉아 계실 때는 폭행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지 않았느냐’는 경찰 질문에 “(충동을 느낄까봐) 그쪽을 아예 쳐다보지 않고 간다”고 말하는 등 힘없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폭행충동’을 항상 느꼈음을 내비쳤다.
한편, 경찰은 같은 날 오전 3시10분께 B씨가 플라스틱 의자를 들고 엘리베이터를 탄 장면이 CCTV에 찍힌 점, 아파트 12층에서 의자와 함께 B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신발이 발견된 점 등으로 미뤄 B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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