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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포럼-신율 명지대 교수] 洪대표의‘맞는 수’와‘맞는 말’
뉴스종합| 2011-07-21 11:05
얼마 전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진보성향의 일간지 여기자에게 “맞는 수가 있다”고 해서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진 적이 있다. 그런데 “맞는” 수가 있다던 홍 대표가, 이번엔 ‘맞는’ 말을 했다. 지난 19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한나라 포럼’ 강연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대통령의 정치력 부재, 인사 문제 등을 거론하며 이 대통령을 비판했는데, 모두 맞는 말인 것은 분명하다. 청와대가 한방 “맞은” 셈이다.
그런데 왜 이제 그런 말을 했는가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홍 대표는 원내대표, 최고위원을 거치면서 이런 종류의 직언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발언의 시점과 맞물려 한 가지 생각해볼 수 있는 부분은, 여당 대표가 대통령에게 이런 유의 비판을 하는 것이 처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지난 정권 때도 이런 종류의 말을 여당 대표가 했던 것을 우리는 기억한다. 그 시기도 집권 4년차 즈음이다. 다시 말해서 권력 누수가 생길 무렵 집권당의 대표는 현재의 권력에 대해 일정 부분 선 긋기를 한다는 것인데, 이런 선 긋기는 일반적으로 선거에서 당이 살아남기 위해 하는 경우도 있고, 미래 권력에 대한 충성심을 위해 사용되기도 한다.
홍 대표의 진심이 어디에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미래의 가장 유력한 권력 중의 하나인 박근혜 전 대표는 홍 대표의 행보를 그리 탐탁하게 생각하는 것 같지는 않다. 박 전 대표는 대구에서 투명 공천을 두 차례나 강조했는데, 대부분은 이를 두고 사무총장으로 김정권 의원의 임명을 강행한 홍 대표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고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보면 홍 대표는 지금 현재의 권력과도 각을 세우고, 미래의 잠재적 유력 권력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는 상태라고밖에 볼 수 없다. 이럴 때 자신의 계파라도 가지고 있으면 좋으련만 계파도 없다. 잘못하면 어느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오리알’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럴수록 홍 대표는 친서민 행보를 강화하면서 취약한 당내 기반을 여론의 지지로 대신하려 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그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아 보인다. 우선 친서민 행보의 강화는 친박들의 거센 견제를 받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일반적인 대선 전략이란 후보는 외연 확장을 통해 산토끼를 잡고 당은 집토끼를 지키는 것인데, 당 대표가 산토끼를 잡아 당내 기반을 강화하려 하면 친박의 입장에선 불만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내 공천과정에서도 친박과의 갈등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럴수록 홍 대표는 언론과 여론에 더욱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기자에게 “맞는 수가 있다”란 말을 내뱉다니…. 그러다간 누군가 자신에게 하는 말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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