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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과 절망 사이…민심은 멍든다
뉴스종합| 2011-07-22 11:33
“피서철 장사 망칠라…”

지역상인 대책협의회 조직

희망버스 차단 충돌 우려


“해고노동자 살려야한다”

일부선 동정 목소리도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민주노총 김진숙 지도위원이 85호 크레인에 올라간 지 198일째, 이틀 후면 200일을 넘어선다. 85호 크레인에서 내려다보이는 도로에서는 해고 노동자들의 단식농성이 이어지고 있었다.

22일 오전 8시께, 출근버스에서 내린 파란 작업복 차림의 사람들이 서둘러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로 들어가고 있었다. 회사 측이 고용한 용역직원들은 출근자들의 명패를 일일이 확인하며 해고 노동자들을 가려내고 있었다.

영도조선소 옆 아파트단지 앞에도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김 위원이 시위를 하는 크레인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해고 노동자들이 단식농성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아파트 주민들의 항의로 해고 노동자들은 도로 주변에 자리를 펴고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부산항을 감싸 안은 영도. 이곳에는 크고 작은 신조ㆍ수리 조선소들이 빼곡히 모여 바쁜 아침을 열고 있었다.

최근 영도 사람 사이에선 한진중공업 사태가 가장 큰 관심거리가 돼 있다. 아니 면밀히 말해 ‘희망버스’와 ‘김진숙 위원’에 대한 찬반 논란이 가장 큰 술자리 안줏감으로 떠오른 것이다.

“와 이래 쌌는지 모르겠다 아이가. 노사가 합의하고 도장 찍었다는데 애먼 동네 사람들이 버스 타고 몰려와서 소리 지르고 싸워 쌌는 이유를 모르겠다 아이가. 이번 30일에 또 온다는데 차로 콱 막아서 절대로 영도엔 못 들어오게 해야 한데이.” 영도에서 선박수리업에 종사하는 김병국(62) 씨는 동료와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아닙니더. 잘나갈 때 직원들 많이 뽑아서 돈 벌다가 어려워지니까 한꺼번에 직원들을 잘랐다 아닙니꺼. 해고 노동자는 살려야 합니더.” 동료 직원 이상민(40) 씨는 강한 어조로 한진중공업 측 경영진을 비난했다. 


한진중공업 사태가 부산을 갈라놓고 있다.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농성 중인 85호 크레인과 인접한 신도브래뉴 아파트 주민들은 계속된 시위와 희망버스 행사로 인해 또 다른 피해자로 전락했다. 사진 오른쪽은 농성중인 타워크레인에서 손을 흔드는 김진숙 지도위원. 
                                                                                                           윤정희 기자/cgnhee@heraldcorp.com

이처럼 영도 지역 조선 노동자들의 저녁 술자리마다 단연 화두는 한진중공업 사태로 쏠리고 있다.

영도 지역 상인들이 중심이 된 절영상공인연합회 사람들은 당장 여름 한철 장사를 망칠까 우려하고 있다. 유대원(65) 연합회장은 “30일은 한창 피서철인데 태종대 같은 영도 지역 피서지를 찾는 피서객이 줄어 장사를 망칠까 걱정된다”며 “여름 한철 보고 1년을 버티는 지역 상인들은 희망버스가 오는 걸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희망버스에 맞서 부산 지역 50여개 시민ㆍ사회단체는 ‘한진중공업 외부세력 개입반대 범시민대책협의회’를 조직했다. 협의회는 “피서 절정기인 30일에 3차 희망버스 행사를 강행한다면 강력한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가 영도구 주민자치위원회에선 아예 희망버스가 영도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물리력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치회와 부녀회, 청년회, 해병대 전우회 등에서 참가자를 모집해 영도 주민 1만여명이 당일 영도로 진입하는 영도대교에서 희망버스의 진입을 차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진중공업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진보 측 인사 200명이 오는 24일 시국선언에 나선다는 방침을 밝혀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이날은 김 위원이 크레인 농성에 들어간 지 200일을 맞는 날이다.

부산=윤정희 기자/cgn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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