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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 중시 가치투자, 漢學과 통하죠”
생생코스닥| 2011-07-25 11:31
한문에 빠져 주말마다 사서삼경 공부

“각박한 증권맨은 더욱 풍미 가져야”



벽면에는 세한도(阮堂歲寒圖), 탁자 위엔 한용운의 한시(漢詩), 서가에는 4서3경(四書三經)이 꽂혔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대표이사실의 풍경이다. 언뜻 봐도 인문학자의 방이지, 돈 굴리는 게 직업인 사람의 집무실이 아니다. 경제 관련 책을 찾아보기가 더 어렵다.

이상진 대표는 대단한 한문 애호가였다. 명함에도 한글이 없다.

“우리는 너무 철학이 부재한 시대에 살고 있지 않습니까. 문화와 역사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한문이 민족문화의 뿌리이고, 한문을 통해 우리 문화를 더 깊이 알 수 있는데, 한문을 너무 외면하는 거 같아요.”

이 대표는 4년 전 서예가 석곡(石曲) 박원규 선생으로부터 한학을 배웠다고 소개했다. 서울대 법학과를 나온 그는 평소 한문에 관심이 많았던 터에 직접 서예가의 가르침을 받으러 석곡의 서당을 찾았다. 당시 동문수학하던 5~6명이 지금도 매주 토요일 모여 4서3경을 공부하고 있다. 그렇게 독학한 지가 벌써 1년반째다.

“젊은이들에게 4서3경을 재밌게, 현대적인 언어로 재구성해서 번역해보고 싶은 게 희망입니다. 여유가 되면 성균관대 유학과를 가볼까 생각 중이죠. 사실 증권업은 돈이 오가는 특성상 각박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래서 증권맨은 더욱 풍미를 가져야 하고 무엇이든 취미가 있어야 합니다.”


이 대표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의 ‘보수성(?)’은 신영자산운용의 ‘가치주’ 철학과도 찰떡궁합이다. 그는 국내 가치투자 부문의 대가(大家)다. 저평가된 종목에 장기투자해 안정적인 수익을 꾀하는 가치주 투자는 여백과 시간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한학과 일맥상통한다.

“지난 1년반은 차ㆍ화ㆍ정 대형주만 오르며 가치주는 소외당했죠. 그래도 지금까지의 길(가치주 투자)은 지켜냈습니다. 이제 다시 시장은 가치주가 오르는 시점이 됐습니다. 그동안 오직 회사 하나만 바라보고 버텀업(Bottom-up)으로 접근해 골랐던 종목은 80~90% 성공한 것 같습니다. 10년간 연평균 수익률이 20%에 약간 못 미치지만 시중금리보다는 2~3배 높은 수익을 냈다고 자부합니다”

사람(人)의 가치가 핵심인 한학 애호가답게 이 대표는 가치주만큼이나 사람에 대한 장기 투자도 강조했다. 그뿐 아니라 ‘가치주 대가’로 알려진 허남권 본부장 등 핵심 임원이 신영에 몸담은 지가 15년이 넘는다.

“펀드매니저를 신입사원으로 뽑아서 키우려면 4~5년이 걸리는데, 저희 회사는 신입직을 뽑는 몇 안 되는 운용사죠. 특히 펀드매니저 중 여성이 절반이며, 팀장급 인력의 절반이 여성인 곳도 드물 겁니다”

한편 앞으로 시황에 대해서도 간결하게 정리했다.

“유럽, 일본, 중국 등 재미있는 곳이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한국은 재미있을 수 있어요. 시중 금리가 6% 도달하기 이전까지 한국 증시는 괜찮을 것입니다. 경기가 좋지 않아도 팔리는 물건을 봐야 합니다.”

이 대표는 이런 물건을 만드는 기업의 예로 세계 타이어튜브 시장 점유율이 높은 동화타이어를 소개하며 몇몇 유망 업종을 추천했다.

“이처럼 세계시장 점유율이 높은 데가 100개 정도됩니다. 대기업이 뛰어들기 힘든 업종의 알짜배기 중소기업들과 경기와 관계없는 의식주, 제약, 전기가스, 공사 기업을 주목해야 합니다.”

<한지숙 기자 @hemhaw75>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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