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태환의 화려한 부활 이면엔 ‘1500m 포기’ 있었다
볼 코치 조언으로 부진날려
‘진작 1500m 포기할 걸….’
‘마린보이’ 박태환(22ㆍ단국대)이 2011 상하이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경영 첫 종목이었던 400m에서 예선에서의 부진을 딛고 금메달을 따내면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3관왕에 올랐지만,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두 나서는 이 대회에서 금메달을 장담하기 어려웠다. 박태환은 그동안 미련을 두고 있었던 1500m를 포기하고 200m와 400m에 집중하면서 이제 최고의 중거리 선수로 거듭났다.
2007년 멜버른 세계선수권에서 첫금메달을 딴 박태환이었지만 그동안은 혼돈의 시기였다.
200-400-1500을 모두 출전하는, 사실상 전무후무한 선수였다. 200과 400을 전문으로 하는 선수와 1500을 전문으로 하는 선수는 근육과 훈련방법이 전혀 다르다. 하지만 1500m에 애착을 갖고 있었던 박태환이 이를 병행하면서 400m를 위한 최고의 몸근육과 컨디션을 만들기 쉽지 않았고, 엄청난 지구력훈련을 요하는 1500m에서는 아시아권 정상이 한계였다.
그러나 마이클 볼 코치가 부임한 이후 ‘만능선수’가 아닌 ‘200-400 최고의 선수’가 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볼 코치는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박태환은 1500m에 어울리는 선수가 아니다”라며 “장기인 스피드를 살리려면 200m와 400m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태환이 원하는 것은, 우사인 볼트가 100m부터 마라톤까지 다 하겠다는 것과 다를바 없다는 냉정한 비판을 덧붙였다. 국제대회에서는 200m와 1500m를 같이 뛰는 선수가 거의 없기 때문에 종목 예선과 결선 일정이 같은 날 열려 최고의 경기를 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았다.
2009 로마 세계선수권에서 200-400-1500에 출전해 모두 예선탈락했던 박태환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100-200-400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제야 스프린터와 중거리선수로 제자리를 잡은 것이다. 1500m를 제외하면서, 지구력훈련은 400m를 소화할 정도만 하면되고 나머지는 스피드 훈련에 주력할 수 있었다. 이때문에 스피드가 더욱 배가됐다는 평가다.
여기에 1500m에서는 소홀히 했던 돌핀킥과 잠영 등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세부기술을 가다듬으면서 기록은 꾸준히 좋아졌다. 물론 이미 세계정상급 스타트 능력을 갖고 있다는 점도 주효했다.
1500m를 버린 박태환의 경쟁상대는 이제 그랜트 해켓이 아니라 마이클 펠프스다.
김성진 기자/ withyj2@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