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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근본없는 잡놈”…“논문쓰듯 캐릭터 분석”
엔터테인먼트| 2011-07-27 10:10
고창석

파업현장 노래패·선원생활…

20대때 안해본 것 빼곤 다 경험

‘고지전’ ‘퀵’ 동시 캐스팅

감독들 일정 조정할만큼 명연기



김인권

21세 ‘송어’로 첫 장편 데뷔

이른 출발…제대 후엔 시련도

‘해운대’ 윤제균 감독과 인연

‘방가? 방가!’ 등 흥행가도 이어가







요즘 한국영화계에서 가장 바쁜 배우. 흥행순도가 높아 감독도 제작자도 목을 빼고 기다리는 명품조연. 그리고 ‘딸바보’. 누가 생각나시는지. 고창석(41)과 김인권(33)을 떠올리셨다면 당신은 한국 영화를 꽤 잘 알고 있는 관객일 가능성이 높다. ‘출신’도, 연기스타일도 다르고 나이도 꽤 차이가 나지만 묘한 공통점을 가진 두 배우를 차례로 만났다.

‘충무로에서 가장 잘나가는 배우’라는 세간의 평답게 두 배우는 여전히 ‘촬영 중’이었고, 인터뷰를 위해 잠깐의 짬을 내 서울 삼청동을 찾았다. 고창석은 공교롭게 같은 날 개봉한 한국영화 대작 ‘고지전’과 ‘퀵’에 출연했고, ‘Mr. 아이돌’의 촬영을 끝냈으며 ‘미스고 프로젝트’ 와 ‘시체가 돌아왔다’에 참여 중이다. 김인권은 출연작 ‘퀵’이 개봉 중이고 ‘마이 웨이’의 촬영을 끝냈으며 ‘타워’는 촬영 중, ‘구국의 강철대오’는 대기 중이다.

▶‘난 근본 없는 잡놈’ 고창석

흥행경쟁작인 ‘고지전’과 ‘퀵’에 ‘동시출연’ 하다 보니 민망한 에피소드도 있었다. 한번은 인터뷰 사진촬영을 위해 삼청동 한 카페의 옥상에서 열심히 포즈를 취하고 있는데 저쪽 건물에서 누가 불렀다. “창석이 형!”. 신하균과 장훈 감독이었다. ‘고지전’팀의 눈총 아닌 눈총을 을 받으며 ‘퀵’ 출연배우로서 인터뷰를 해야 했다. 고창석은 ‘고지전’에선 일제시대 만주에서 독립군으로 활동하다 해방 후 한국전쟁이 터지자 국군으로 참전한 백전노장 상사로 출연했다. ‘퀵’에선 폭주하는 오토바이 퀵 서비스맨을 추격하며 그를 둘러싼 폭탄테러 음모를 수사하는 형사 역할이다. ‘고지전’의 장훈 감독과는 ‘영화는 영화다’와 ‘의형제’에 이어 세 번째 작품.  ‘고지전’의 출연이 먼저 확정됐고, ‘퀵’은 나중에 제안을 받았다. 촬영일정도 겹쳐 고창석은 고사했지만 ‘퀵’의 제작자인 윤제균 감독이 직접 장훈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고지전’ 일정에 맞출 테니 우리 영화에도 빌려달라”고 했고, 결국 두 편의 작품에 주조연배우로서 참여하게 됐다. 이제 한국 영화에선 ‘고창석 없이는 안 되는 역할’들이 점점 늘고 있다.

“다들 벤츠타고 다니는 줄 알아요, 작년에 모닝 한 대 샀습니다.”

주변에서 ‘로또’를 맞은 것처럼 오해할 만큼 최근 2년간 고창석의 입지는 ‘욱일승천’의 기세로 솟아올랐다. 하지만 본격적인 연기 시작 10년 만에야 맞은 전성기다. 가장 만족스러운 것은 “연기만 해서 밥 먹고 살 정도”가 된 것이다.

“말하자면 근본없는 놈이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이제까지의 경험들이 다 연기의 바탕이 되는 것 같습니다.”

고창석은 일본어 전공으로 대학에 들어갔고 “졸업 후 장사나 할 생각”이었지만 재학 중 탈춤동아리에서 활동한 게 계기가 돼 지금까지 오게 됐다. 당시 대학가를 지배하던 분위기대로 ‘문예운동’으로서 춤 추고 노래를 불렀으며 몇 년 후엔 아예 학교까지 그만두고 전문 노래패 단원이 돼 집회나 대학축제, 파업현장을 쫓아다녔다. 그렇게 20대를 보낸 후 좀 더 본격적인 연기수업을 위해 서울예대에 진학했고, 졸업 후 대학로에서 활동해 왔다. 생계를 위해 20대에는 철강공장이나 김양식장에서 일을 하기도 했고, 한번 배를 타면 한두 달 걸리는 선원생활도 했으며 30대엔 각종 이벤트 연출도 마다하지 않았다.

고창석은 “대학로에서 활동할 때도 시골극단의 어느 배우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한 적도 없지만, TV나 영화의 누구보다 열등하다고도 여긴 적이 없다”며 “동료들과 관객들에게 인정받는 배우로서 오랫동안 연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고창석<위>, 김인권<아래>

▶‘감독을 꿈꾸는 학구적인 배우’ 김인권

다른 이들보다 결혼도 빨랐고 출산도 일렀다. 30대 초반에 벌써 7살, 5살, 3살, 딸만 셋이다. 장편영화 데뷔도 스물한살 때(‘송어’)였고 스물세 살 때엔 학교 졸업작품(동국대 연극영화과)이지만 어엿한 장편영화를 연출한 감독이 됐다. 하지만 남보다 빠른 출발이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진 않았다. 특히 지난 2006년 11월 군 복무를 마치고 나왔을 땐 “영화계에서 나는 완전히 잊혀져 있었다”고 김인권은 떠올렸다.  “연예인이든 영화배우든 주변에서 안 찾아줄 때는 그저 백수일 뿐이더라”고도 했다. 처자식을 둔 가장이었지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산을 다니는 일뿐이었다. “영화출연하게 해주세요.” 등산로 계단 하나에 기도 한 번을 주문처럼 되뇌던 시절이었다. 그러던 중 지난 2007년 윤제균 감독이 불러 “당신이 대성할 것이라 믿는다”며 “같이 영화를 하고 싶다”고 ‘색즉시공3’의 주연을 부탁했다. 영화는 무산됐지만 눈물나게 고마운 일이었다. 이때 인연으로 김인권은 ‘해운대’에 출연해 영화 속 가장 인상적인 ‘컨테이너 신’과 ‘구두 한 켤레’ 에피소드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해엔 ‘방가? 방가!’에서 취업난 때문에 동남아 이주노동자로 위장한 주인공 한국인 청년 역할을 맡아 흥행에도 성공했다. ‘퀵’에선 이민기와 강예원의 뒤를 쫓는 교통경찰 역을 맡아 특유의 코미디 연기를 보여준다.

“제가 감성이 뛰어난 배우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맥락과 패턴에 맞춰 제가 분석한 캐릭터의 목표치에 접근해가는 스타일이죠.”

김인권은 캐릭터 분석을 위해 수십 페이지짜리 글을 쓸 정도로 학구적이고 분석적인 배우로 정평이 났다. 주연으로서의 긴 호흡이든, 조연으로서의 인상적인 몇 장면이든, 자신이 맡은 인물을 반드시 관객의 뇌리에 남는 캐릭터로 만드는 힘이 여기서 나왔다. 감독으로서도 구체적인 작품 제안을 받기도 한 김인권은 “배우로서든 감독으로서든 강렬한 캐릭터 코미디영화를 좋아한다”고 밝혔다.

이형석 기자/ suk@heraldcorp.com
(고창석)사진=박해묵 기자/ mook@heraldcorp.com
(김인권)사진=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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