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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의 ‘나’와 현실의 ‘나’ 그리고…
라이프| 2011-07-29 10:14
“내 안에는 과거의 기억과 선인들의 반복되는 선험적인 서사를 꿈꾸는 나와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좀 더 인문학적인 냉정함을 꿈꾸는 모더니스트인 나, 그리고 현실에서의 도련님인 나가 공존한다.”( ‘힌트는 도련님’ 중)

한 편의 소설은 소설가의 분신으로 얘기된다. 비유적인 게 아니다. 소설가 백가흠의 세 번째 소설집 ‘힌트는 도련님’(문학과지성사)은 등단 10년차 소설가의 다양한 아바타가 포착된다.

첫 번째 소설 ‘그리고 소문은 단련된다’는 소문에 위태롭게 찢기는 허약한 인간의 실체를 보여준다. 어느 날 조용히 사라진 황 약사의 며느리를 놓고 마을이 수런수런해진다. 바람나 도망쳤다는 말이 돌고, 의사인 남편이 부인을 죽여 저수지에 버렸다는 얘기도 떠돈다. 정작 의사 남편은 태연하다. 그는 아내가 영국에 다녀오겠다고 했으니 그런가 보다 한다. 소문은 꼬리를 물고 평생 동네에서 인심을 잃지 않았던 아버지 황 약사는 마을 사람들로부터 버림받고 친구들에게서까지 비웃음을 산다.

소문 이야기는 ‘그런, 근원’에서도 나타난다. 남자가 열 살 때 목수였던 아버지가 집을 나가자 아버지가 간첩이라는 소문이 돈다. 엄마와 할머니는 귀신이 달라붙은 것이라며 아이들을 데리고 안수 기도를 받으러 다니고, 그러길 1년, 할머니는 죽고 엄마는 떠난다.

‘그래서’ ‘힌트는 도련님’은 또 다른 가닥이다. 자신의 작품에 한 장면쯤은 모습을 비추고 지나가는 어느 영화감독처럼 작가는 주인공의 옷을 빌려 입고 등장해 소설 쓰기의 고통을 호소한다.

월남전 고엽제 피해자로 사회적으로 거세된 원덕 씨의 비참한 삶과 죽음의 고통을 신랄하게 그린 ‘통(通)’, 코리안드림을 가지고 한국에 시집온 어린 베트남 처녀 쯔이의 성적 착취를 냉정하게 묘사한 ‘쁘이이거나 쯔이거나’ 등은 백가흠식 폭력적 소설의 연장선상에서 읽힌다.

작가는 4년여 지어온, 이 세 번째 소설집을 두고 ‘작가의 말’에서 “집이란 모름지기 내 아버지의 스케치북 도면에 그려진 것처럼 자연스러운 배려가 가득해야 하는데, 곰곰 살펴보니 그런 면이 보이지 않는다. 마치 어렸을 때 뽑기 같은 것을 하면 나오는 ‘다음 기회에’나 ‘꽝’을 뽑아든 느낌”이라고 말했다.

백가흠 지음 ┃ 문학과지성사

이윤미 기자/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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