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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복지 축소로 체질바꾼 獨·노르딕…유럽위기 비켜갔다
뉴스종합| 2011-08-02 10:47
독일

독일病 탈출 강조 슈뢰더 전 총리

선거패배 무릅쓰고 연금제도 메스

메르켈 총리도 개혁 노선 계승

재정위기 태풍 속에서도 건재


노르딕

핀란드·스웨덴·노르웨이 등

1990년대 채무위기 뼈아픈 교훈

성장 통한 분배로 정책 재정비



일본 민주당은 지난달 22일 자녀수당 지급, 고속도로 통행료 무료화로 대변되는 맞춤형 복지 공약의 불가능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2009년 8월 말 중의원 총선거에서 54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룬 민주당이 집권 2년 만에 당시 선거 공약이 사실 실현 가능성을 면밀히 따져보지 못한 것이었다고 솔직히 고백한 것이다.


아시아의 반대편에 있는 유로권(유로화 사용 17개국)은 남유럽 재정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리스ㆍ포르투갈에 이어 스페인까지 전염되고 있는 재정위기는 국민 인기를 노리고 남발한 복지정책에 기인한 바 크다. 남유럽의 정권은 무상교육과 의료비 지원은 물론 실업ㆍ장애ㆍ군인수당 등 각종 복지지출을 남발했다. 이런 과잉 복지는 국가 부채 증가로 이어졌고, 결국 국가 부도 위기를 몰고 왔다.


이렇게 선심성 복지 공약이 공약(空約)임이 드러나고, 남유럽 재정위기가 심각해질수록 금융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전통의 복지 강국인 독일과 북유럽 스웨덴ㆍ노르웨이ㆍ핀란드 등의 비결에 관심이 쏠린다.유럽 재정위기의 태풍 속에서도 이들 나라가 복지지출로 재정위기를 맞았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이미 이들 나라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 과잉ㆍ무한복지’의 폐단을 개혁하고‘ 지속 가능한 복지’로 체질을 전환했기 때문이다.

▶獨, 좌우 막론 票퓰리즘보다 재정안정=복지 포퓰리즘에 현혹되지 않고 재정 안정을 위해 복지개혁을 밀고 나간 대표적인 국가는 독일이다.

게르하르트 슈뢰더(1998~2005년 집권) 전 총리는 사회민주당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당시 경기침체와 실업난 그리고 통독 후유증으로 이른바‘ 독일병’에 빠진 나라를 추스르기 위해 사회보장제도의 대대적인 수술을 감행했다. 당시 독일의 국가부채 규모는 한화 약 1872조원. 전임 헬무트 콜 총리(기독교민주당)가 1990년 총선을 앞두고 동독 지역의 표심을 얻기 위해복지지출을 크게 늘리면서 나랏빚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슈뢰더 총리는 우선적으로 연금제도에메스를 가했다. 내용은 연금 수령액을 소득의 60%에서 54%로 낮추는 것이 골자였다.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슈뢰더 총리는 차기 총선에서 패배를 감수하고서라도 연금개혁을 이어가겠다고 선언하면서 2003년 3월 독일의 포괄적인 사회ㆍ경제 개혁정책인‘ 어젠다 2010’을 출범시켰다.‘어젠다 2010’은 국가 경쟁력 회복과 경제 회생을 위해 복지 혜택을 줄이는 것을 골자로 했다.

슈뢰더 총리는 이런 인기없는 정책을 실시하면서 2005년 총선에서 패배했다.하지만 그 뒤를 이은 앙겔라 메르켈(기독교민주당) 현 총리는 복지 프로그램만큼은 슈뢰더의 뜻을 계승했다.

메르켈 총리는 슈뢰더의 복지개혁에 뿌리를 두고 2007년‘ 건강보험 경쟁 강화법’을 개혁했다. 민간 건강보험을 확충하고 기업 후원을 독려하는 등 의료보험에 시장경제적 요소를 가미하고, 건강증진기금의 재정 건전성이 떨어질 경우 최대 1%의 추가 보험료를 징수하기로 했다.

이처럼 독일 정치인은 좌우를 막론하고 복지개혁에 힘을 쏟았다. 슈뢰더 총리는 사회보장제도를 손질하면서‘ 배신자’라는 비난과 함께 총선 패배를 맛봤지만, 그의노력으로 독일은 2008년 금융위기에서 사회적 약자를 보다 안정적 보장체계에서 보호하고, 최근 유럽 재정위기의 회오리에 서도 벗어날 수 있었다.

▶북유럽 재정위기 무풍지대 왜?=‘ 보편적 복지’의 원조 격인 핀란드ㆍ스웨덴ㆍ노르웨이 등 이른바‘ 노르딕’ 국가도 재정 건전성을 유지할 수있는 범위 내에서 복지지출을 조절하는 알뜰 복지를 지향해온 덕에유럽 재정위기의 불똥을 피할 수 있었다. 사실 노르딕은 1990년대 초 공공부채 위기를 한 차례 겪으면서 뼈아픈 교훈을 얻었다.

스웨덴은 연금 혜택부터 줄였다. 2001년 65세 이상에게 지급하던 기초노령연금 대신 소득에 따라 연금액을 정하는 제도를 도입했고, 고령화로 인한 연기금 고갈에 대비해 민간자본을 끌어들이는 방

안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의료보험에 있어서도 여전히 무상의료가 실시되고 있지만 병원 민영화를 통한 경쟁과 환자의 선택폭을 중시하는 정책으로 변화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성장 우선의 정책을 펼치면서 상속세(2005년)와 부유세(2008년)를 잇달아 폐지했다‘. 일하는 사람의 부담을

던다’는 취지로 국민의 조세부담률도 10년 전의 56%에서 46.4%로 낮아졌다. 핀란드와 노르웨이도 마찬가지다. 핀란드는 유럽연합(EU) 국가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인구가 고령화함에 따라 199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공적연금제도를 개혁해왔다. 2005년에는 파격적인 개혁안을 내놔 기초연금에 치중해 온 연금제도를 소득비례연금의 비중을 높여 개선하고 있다.

노르웨이 역시 스웨덴의 연금개혁 방식을 수용해 수혜자를 10분의 1로 줄이는 방향으로 관련 제도를 손질하고 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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