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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선 ‘가외비용’…시장은 ‘과당경쟁’…정부는 ‘1회성 지원’
뉴스종합| 2011-08-10 09:38
미국의 IDEO, 영국의 리브워크(live work) 등 디자인 선진국에는 그 나라를 대표하는 디자인 전문회사들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디자인 잘하는 회사로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등 제조업체 이름만 떠오를 뿐, 디자인 전문회사 이름은 잘 생각나지 않는다. 왜 우리나라에는 IDEO 같은 회사가 없을까.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국내 디자인 수준에 대한 믿음이 없다보니 디자인 회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디자인 회사들이 역량을 발휘할 기회가 적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 디자인산업이 활성화된 것이 고작 15년 안팎이기 때문에 디자인 교육 시스템은 물론, 여기서 배출한 디자인 인재들의 실력을 믿지 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을 해야 하는 대기업들은 디자인 관련 업무를 이미 실력이 검증된 해외 전문업체에 맡기거나 아예 사내 디자인팀에 외국의 유명 디자이너를 섭외하는 방법으로 디자인 경영을 하고 있다.

그나마 외부 디자인 업체를 쓸 가능성이 있는 중소업체들은 아직도 디자인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해 디자인 활용을 안 하는 경우가 많다. 중소기업은 아직도 디자인을 외형 개선 정도로만 파악하고 있어 ‘디자인=가외 비용’으로 여기고 있다.

디자인 진흥원에 따르면, 중소기업 중 12%만이 디자인을 활용하고 있으며 활용 기업의 68.3%가 디자인에 1억원 미만을 지출하고 있다. 따라서 디자인 전문회사들은 대기업의 대규모 프로젝트에서 제외되고, 그나마 맡은 일도 중소 기업들의 단순 디자인 업무만 담당하다 보니 영세해질 수밖에 없다.

디자인 회사 간 과당 경쟁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 해 배출되는 디자인 인력이 2만명을 넘어서면서 디자인 회사도 지난 2008년 2500개에서 지난해 3000여개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업체간 과당 경쟁이 시작되면서 가격 덤핑→매출액 감소→투자 감소 등으로 연결돼 경쟁력이 저하되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또 부가가치가 높은 트렌드, 리서치 등 디자인 관련 컨설팅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디자인 회사의 평균 매출 분포에서 단순 스타일링이 73.3%로 가장 많고, 부가가치가 높은 종합 컨설팅은 7.1%에 불과했다. IDEO의 경우 대부분의 업무가 디자인 종합 컨설팅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디자인 회사는 단순 도면 업무만 담당하는 셈이다.

이 밖에 스타일링 위주의 디자인 교육은 경영학, 공학 등 다양한 역량을 필요로 하는 업계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힘들며, 단품 위주의 정부 지원은 정부 지원금이 곧 디자인 개발용역 비용의 기준이 되는 역기능을 초래하기도 한다는 지적이 있다.

박영춘 삼성디자인학교(SADI) 디자인 석사과정 학과장은 “국내 디자인 교육과 인재에 대한 불신과 영세한 기업 규모, 일회적인 정부 지원은 우리나라 디자인산업 발전을 방해하는 요소”라며 “효과적인 디자인 정책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신소연 기자/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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