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1번지
여야 “재정 건전성이 최우선”한목소리
뉴스종합| 2011-08-10 11:14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영향

여야 “재정악화” 한목소리

24일 무상급식 투표 관심


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유럽 재정 악화에 따른 세계 증시 불안이 정치권 복지 논쟁의 발목을 잡았다. 여당에서는 복지 정책 경쟁 속에 한동안 숨을 죽여왔던 재원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재정 문제는 “치료보다 예방이 최선”이라던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목소리에도 힘이 실린다.

야당 역시 재정 건전성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각론에서는 복지비용 등 재정 축소가 아닌 세율 인상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복지 정책 경쟁은 물론, 24일 열릴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10일 오전 열린 한나라당 최고ㆍ중진회의는 미국 의회의 불협화음이 결국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진 것에 대한 성찰과 반성의 목소리가 높았다. 정몽준 전 대표는 “미국 신용평가 강등은 경제 문제일 뿐 아니라, 정치의 문제이기도 하다”며 “그런데도 우리 정치권은 강 건너 불 정도로 보며, 내년 선거만 의식한 포퓰리즘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복지 경쟁의 재고를 촉구했다.

나성린 의원도 한 라디오방송과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의 재정 건전성은 아직 다른 국가에 비해 양호한 편이지만, 공기업 부채나 사회보험의 잠정 부채까지 감안하면 조심할 필요가 있다”며 “무상급식 등 (포퓰리즘적 복지는)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 의원은 최근 적극적인 복지 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한나라당 뉴 비전’을 발표한 바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재정건정성에 대한 중요성이 새삼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10일 국회에서 열린 저축은행 국조특위에서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관계자들이 선심성 입법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m

주가가 순간적으로 180포인트 이상 떨어졌던 지난 9일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박근혜 전 대표의 발언도 주목받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이번 사태는 재정 건전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여실히 보여줬다. 재정 건전성은 국가경제의 가장 중요한 보루”라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정치권의 복지 경쟁에 대한 질문에 “이런 이야기들이 당론으로 확정된 건 아니지 않은가”며 재정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있어야 함을 강조했다.

여당보다 한 발 더 나아간 보편적 복지 확대를 주장하고 있는 야당 의원들 역시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는 숨기지 못했다. 손학규 대표는 지난 9일 기재위 대정부 질문에서 “금융제도와 외환제도의 미비점이 없는지 이런 기회에 깊이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고, 이용섭 의원 역시 “적정 수준의 긴장감이 필요하다”며 정부의 사전 준비를 강조했다.

다만 야당 의원들은 해결책으로 정부의 지출 억제보다는 복지 정책 확대와 함께 증세를 통한 재정 확충을 제시했다. 이날 오전 경제 분야에 정통한 의원들을 중심으로 열린 민주당 경제긴급최고위원회의에서는 재정 건전성 강화와 관련된 각종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다. 유종일 의원은 “재정 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되, 민생과 고용을 위해 재정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재영 의원은 한ㆍ중ㆍ일 공조를 통한 대미 의존도 완화를 주장했다.

이 같은 여야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심각성 의식은 향후 복지 정책 경쟁에도 일정 부분 제동을 걸 수밖에 없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한 여당 관계자는 “최근 부산저축은행 피해자 구제를 위해 2조원이니, 6000억원이니 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중 분위기가 썩 우호적이지 않아 보인다”며 “이번 미국, 유럽발 금융 사태를 계기로 정치권 역시 수천, 수조원짜리 지르기식 정책 대결에는 당분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오는 24일 예정된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이번 사태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도 내다봤다. 미국의 재정 건전성 악화가 가져온 결과를 두 눈으로 목격한 마당에, 전면 무상급식 확대에 표를 던지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이날 오전 회의에서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이념적 관점에서 볼 게 아니라 서울시 예산을 어느 부분에 집중해야 할 것이냐의 문제”라며 이 부분을 파고드는 전략을 제시했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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