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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3% 전쟁 ‘8월의 오프로드 레이스’ 과연 8.24 투표율은?
뉴스종합| 2011-08-18 06:39
요즘 정치인들이 모여있는 여의도에도, 직장인들이 많은 광화문에도, 수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 강남에서도 ‘33.3’을 둘러싼 설왕설래로 떠들썩하다. 오는 24일 치러질 무상급식 찬반을 묻는 서울 주민투표에서 과연 투표율 33.3%를 넘길지에 대해, 갖가지 구실을 붙인 예측이 나도는 것이다. 33.3%를 넘기지도 못하면 투표함을 열어보지도 못한채 투표 자체가 무효로 된다.

33.3%를 넘겨 개표작업에 돌입할 수 있게 되기만 하면, ‘단계론’을 펴면서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주창한 오세훈 서울시장측이 유리한 결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단순한 무상급식 ‘찬반’이 아니라, ‘단계적이냐 전면적이냐’ 라는 식의 방법론을 선택하는 것인데, 하루아침에 변하는 것보다 차근차근 변화를 원하는 쪽을 택하려는 ‘본능적’ 심리가 더 우세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단순한 무상급식 찬반 투표, 즉 O,X 문제 식이라면 당장 급식비를 안내도 되는 학부모들의 지지를 얻을 민주당에 유리할 수도 있겠다. 야당의 무상급식론에 처음엔 반대하던 여당이 조금씩 조금씩 태도를 바꾸다 보니, 결국 찬성-반대이던 논쟁이 각각 전면론-단계론의 대결로 둔갑한 것이다.

선택할 문구도 단순하지가 않다. ‘소득하위 50%의 학생을 대상으로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실시’라는 쪽을 찍으면 오시장측이 즐거워 할 일이고, ‘소득 구분없이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초등학교는 2011년부터, 중학교는 2012년부터 전면적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안’에 투표를 하면 민주-민노-국민참여-진보신당 등 야권의 주장에 동조한다는 뜻이다. ‘단계적’이라는 전자는 온건한 느낌을 주는데 비해, ‘전면적’이라는 후자는 급진적 이미지를 풍긴다. 역대 어느 민주정치체제 보더라도 ‘급진’은 상대적 소수였다. ‘단계적 변화와 개혁’은 중도보수, 중도진보 등의 이름으로 폭넓은 호감을 얻은바 있다.

주민투표가 법적 효력만 얻으면 어느 진영에 유리할지가 비교적 훤히 내다 보이기 때문에, 어떤 안을 선택하느냐 보다는 투표에 얼마나 많은 시민이 오느냐가 최대 관심사일 수 밖에 없다. 임시공휴일이 아니라는 점에서는 재보궐선거와 비슷하고, 야당들이 연대해 ‘아이들 편가르는 나쁜 투표, 불참 운동’을 벌이는 상황이라는 점, 시기적으로 휴가 막바지인 8월 하순이라는 점 등은 이번 선거가 갖는 특수성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8.24 주민투표의 투표율을 예측해보았다.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 299명을 한번에 뽑는 총선은 임시공휴일로 지정된다. 나라를 이끌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바꾸는 일이라 참정권을 확실하게 보장하기 위함이다. 이에 비해 전국적이지 않고 특정 몇몇 지역만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공직의 재보궐선거와 주민투표는 임시공휴일로 지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대선 총선에 비해 재보선과 주민투표의 투표율은 ‘반토막’ 수준으로 낮다. 8.24 주민투표의 참가율을 예측해 보는데에도 과거 재보선과 주민투표의 투표율을 기준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

2000년 6월부터 2011년 4월까지 치러진 21차례의 재보선 평균투표율은 32.1%이다. 투표율 33.3% 넘긴 경우는 절반에 약간 못미치는 10회이다. 급간별로 보면, 투표율 20%대는 9회, 30%대는 9회, 40%대는 3회이다. 2001년 10월, 2005년 10월, 2009년 4월 재보선 투표율은 각각 41.9%, 40.4%, 40.8%를 기록 40%를 넘겼다. 2000년 6월엔 21.0%, 2008년 6월엔 23.3%의 낮을 투표율을 보이기도 했다.

2005년 이후 5차례 진행된 주민투표의 평균 투표율은 35.2%이다. 2009년8월 제주지사 주민소환투표가 11%에 그쳤고, 2005년11월 방사능폐기물처리장 찬반론 주민투표는 무려 60.5%를 기록했다. 2005년에 치러진 청주-청원 통합안과 제주 전체를 2개 기초단체로만 나누는 행정구역개편안 찬반 주민투표는 나란히 36.7%를 기록했다. 2007년 12월 하남시장 주민소환 투표율은 31.1%에 그쳐 개표자체가 무산됐다.

투표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지 않는 재보선, 주민투표의 투표율은 1992년 이후 치러진 4차례 대선 평균 투표율(74.1%)의 절반에 약간 못미친다. 아울러 1992년 이후 5차례 총선 평균투표율(59.5%)에 비해서도 턱없이 낮다. 총선, 대선때는 공휴일이라서 새벽부터 나들이를 가지 않는 한 투표할 가능성은 그만큼 높은 것이다. 이례적으로 2008년 4월 치러진 18대 총선은 공휴일임에도 46.1%에 불과할 정도로 국민의 투표참여율이 낮았다.

요즘 서울시대 길거리를 다니다보면, 투표참여를 독려하는 여당과 투표반대를 주장하는 야당의 현수막이 나란히 붙어있다. 야당의 투표반대는 이번선거 투표율을 결정지을 최대변수다.

투표당일 시민들이 생업에 종사해야만 한다는 점을 감안하고 모든 선거운동과 절차가 일반적인 주민투표, 재보선과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된다고 가정했을 때 예상가능한 투표율은 유사한 투표의 전례에 비춰 40%안팎이다. 주민투표와 여러모로 비슷한 재보선 투표율이 최근들어 높아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고, 논쟁, 이슈화, 시민 관심도, 정치권의 지지호소 캠페인 등 모든게 통상의 투표처럼 돌아간다면 나올 수 있는 수치다.

그렇다면 40%가 현실화될까. 획기적인 투표율 상승요인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40%는 최대값에 가깝고, 감점요인들을 산입하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최근 여론전문조사기관 리얼미터 조사결과 ‘한나라당을 비롯한 보수성향의 정당’ 대 ‘개혁 진보성향의 4개 야당’ 간 지지도는 거의 반반이다. 반(反)한나라당, 친야당성향의 유권자중 절반 정도만 투표거부 캠페인에 동조할 경우 ‘예상가능한 투표율 지수’ 40은 순식간에 30으로 작아진다.

여기에 “무상급식 찬성”을 천명하면서 ‘당차원 오세훈투표 지원’에 반기를 든 유승민 한나라당 최고위원의 입장에 동조하는 친박근혜 성향의 유권자 중 1/3이 투표거부에 나설 경우, 예상지수 30은 27로 다시 낮아진다. (여당지지층 중 친박근혜, 반박근혜를 각각 50대 50으로 가정함).

최근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은 인터넷 회원을 상대로 무상급식과 관련해 두 종류의 조사를 벌였거나 벌이고 있는데 그 결과를 보면 친박성향 유권자의 실제 투표 가능성을 다소간 가늠해 볼 수 있다. 지난 7월16~22일 진행한 ‘오세훈 시장의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조사에서는 반대(57.5)가 찬성(42.4%)보다 높았고, 이달 16일부터 진행중인 ‘투표 의향’ 조사, ‘서울시 무상급식 투표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설문에는 ‘투표하러 가야한다’는 의견이 66.7%, ‘투표할 필요 없다’가 33.3%를 기록하고 있다. 투표의향 설문조사는 오는 22일까지 계속된다.

‘40’이 야당의 투표거부로 ‘30’으로 되더니, 친박변수에 다시 ‘27’이 됐다. 여기에 여름철 변수가 작용한다. 7,8월 휴가철 재보선 투표율 평균은 29.5%로 전체평균보다 2.6%포인트 낮다. 주민투표의 경우, 2005년 7월에 진행된 제주행정 개편 투표율은 36.7%를 기록했지만, 2009년 8월에 진행된 제주지사 주민소환 투표땐 11%만 참여했다. 휴가철 투표율 하락가능성을 2%포인트 정도 반영하면 25%가 된다.

‘25’라고는 했지만, 야권의 투표불참 캠페인에 동조하는 시민이 더욱 늘어나거나, 뭐가 뭔지 모를 복지 논쟁에 대한 시민의 냉소가 커질 경우 더욱 낮아질 수도 있다. 오 시장으로서는 걸림돌이 많아 비포장도로(off-road)를 달리는 기분일지도 모른다. 오프로드를 지나고 나면 새로운 가시밭길이 기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른바 예상투표율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60%대 투표율을 기록한 방폐장 유치 주민투표 국면에서 보듯,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게 되면 오 시장 지지층의 결집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야권지지층 내부에서 “그래도 투표해서 ‘전면무상급식’에 표를 던지는게 더 안전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나오는 등 다소의 혼선을 빚는 점은 야권의 투표거부운동의 ‘구멍’으로 작용할 수 있다.

주민투표에 임하는 서울시민들의 움직임은 서울 밖에 사는 온 국민의 구경거리가 되고 있다.

<함영훈 선임기자/ hamcho3>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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