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이 아닐 수 없다. F1 서킷을 달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건 말이다. 게다가 포르쉐를, 그것도 전 차종을 타볼 수 있다는 건 자동차 마니아라면 누구나 부러워할 기회가 아닌가. 그래서 이번 시승기는 즐거운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카이맨, 카레라, 카이엔, 파나메라 4가지 포르쉐 차종의 세부모델, 8개 차종을 모두 시승했다. 차가 아니라 ‘포르쉐 브랜드’ 자체를 타본 셈이다.
차 한 대가 아파트 전셋값과 맘먹는다는 시기나 질투(?)는 잠시 내려두자. 포르쉐가 자동차 마니아의 로망이라면, 진정한 로망은 손에 잡히기 힘들 때 더 값지다. ‘명불허전(名不虛傳)’, 포르쉐의 명성을 직접 체험해봤다.
서킷에서 911 카레라, 911 카레라 4S, 911 카레라 GTS, 박스터 S 등을 차례로 탑승하며 주행에 나섰다. 안전상의 이유로 페이스카와 함께 주행한 탓에 극강의 속도감을 느낄 수 없었다는 건 아쉬운 부분이지만 시속 200㎞를 넘나드는 속도에도 발휘한 안정된 주행성능은 포르쉐의 명성을 확인하기엔 충분했다.
직선 주간에선 순식간에 시속 200㎞를 돌파했다. 인코스와 아웃코스를 넘나드는 코너 주행도 부드럽게 돌파해 계속 엑셀을 밟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했다.
같은 코스로 카이엔, 파나메라를 탑승했다. 스포츠카 모델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가볍고 날렵한 느낌은 다소 덜하지만, 승차감이나 부드러움에선 뛰어난 성능을 발휘했다. 이 역시 시속 200㎞를 넘나드는 직선구간에서도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속도계를 보지 않는다면 고속 주행 중이란 사실을 알기 힘들 정도다.
슬라럼이나 브레이킹 테스트에서도 포르쉐의 성능을 경험할 수 있었다. 슬라럼 코스에선 박스터 스파이더를 탑승했다. 미드십 엔진차종이기 때문에 급코너링을 반복하는 슬라럼 구간에서 뛰어난 핸들링 성능을 발휘하는 차량이다.
브레이크 테스트에선 911 터보가 사용됐다. 정지상태에서 풀가속으로 달린 뒤 브레이크를 밟는 테스트다. 단단한 제동력이 발군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마지막에 진행된 시범주행이다. 전문강사의 운전에 동승할 수 있었다. 탑승한 차량은 카이엔 터보. 최대 성능의 90%를 발휘하겠다는 설명과 함께 차량이 출발했다. 주행 내내 코너에서 마치 레이싱 게임에서나 보던 드래프트 주행이 이어졌다. 오버스티어가 발생해도 이내 정상 주행으로 돌아왔다. 드래프트 이후 다시 자세를 잡아주는 밸런스는 기자가 직접 주행할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을 선사했다.
포르쉐는 올해 한국 판매 대수가 1000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반기 신차모델을 대거 선보이며 시장공략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김상수 기자 @sang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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