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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서울 유학생의 등록금 마련기
뉴스종합| 2011-08-27 00:00
대학가는 가을 학기 개강을 앞두고 등록과 수강신청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기이지만, 당장 생활비 마련에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한 대학생의 모습은 ‘88만원세대’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충북 옥천에서 서울로 ‘유학’ 온 김민철(가명ㆍ28ㆍH대 물리학과 3학년)씨는 학교를 다니는 동안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 인근 고시원에서 생활했다.

그나마 방값이 적게 드는 학교 기숙사는 등록을 하고 학교를 다닐 때 뿐이었다. 휴학생은 기숙사 입사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휴학과 복학을 한 한기 걸러 하다보니 기숙사에 머무를 수 없었고, 원룸이나 자취방은 경제적 부담이 커 결국 고시원을 전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애당초 집에서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아버지 한부모 가정에서 자라 서울로 유학을 왔지만, 시각장애 1급인 아버지는 기초생활수급대상자로 고향에서 폐지를 주우며 생활하고 있다.

남동생도 청주에서 혼자 힘으로 대학을 다니고 있어 김씨는 집에서 사실상 ‘가장’ 노릇을 하고 있다.

학기 중에도 편의점, 마트 파트타임머 등 안 해 본 아르바이트가 없지만, 시급으로 받는 이런 일자리로는 등록금은 커녕 생활비 조달도 힘들다.

시급으로 따지면 그래도 괜찮은 편인 과외만 찾아 하고 있다. 이번 여름 방학에는 5명을 가르쳤다. 초등학생 4명과 중학생 1명을 한달 동안 가르치면 월 110만원을 겨우 거머쥘 수 있다.

한달 교통비, 밥값, 학원비까지 대고 나면 비록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앞날을 생각해 보험과 청약저축에도 매달 일정 금액을 납입하고 있다.

남들처럼 취업준비를 하려고 11만원을 주고 끊은 영어학원은 생때같은 돈이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독학도 생각해 봤지만, 아르바이트 시간에 쫓기다 보면 하루 책 한장 넘기지도 못하고 저녁에 녹초가 돼 쓰러지는 날이 일쑤였다. 일단 등록을 해 놓고 나면 그래도 어떻게든 학원 수업시간만큼은 빼 놓을 수 있다.

군대를 병역특례로 다녀오긴 했지만, 1일 2교대 근무를 하면서 위장계통에 만성병이 생겨 제대 후에는 매달 약을 복용해야 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됐다. 매달 나가는 약값도 부담이 되기는 마찬가지이다.

다시 개강을 앞둔 김씨는 마음이 착잡하다. 새학기를 맞이하는 들뜬 마음보다는 과외가 줄어 생활비 조달이 더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김씨는 “체격이나 훈련량이 다른 육상선수를 같은 출발선에 세우고 똑같이 경쟁시키는 것 같다”며 “수업시간표를 짤 때 과외, 알바 시간에 맞춰야하는 할 때 가장 서글퍼진다”고 말했다.

힘들더라도 빨리 졸업해 사회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에 지난 학기에는 한국장학재단에서 100만원의 대출을 받고, 교보생명에서도 보험약관대출을 받아 등록금을 조달했다.

졸업을 하게 되면 김씨는 한국농어촌공사에서 일하고 싶어한다. 어려서부터 농촌에서 자랐고, 흙은 사람을 속이지 않고 노력하는 만큼 그 결실을 돌려주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이다.
<이태형기자 @vmfhapxpdntm>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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