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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 Vs. 대가성, 개인돈 vs 공금... 사법처리 임박 곽노현 교육감 쟁점은
뉴스종합| 2011-08-29 09:59
곽노현(57) 서울시 교육감이 지난 6.2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자진사퇴한 박명기(53) 서울교대 교수에게 돈을 전달한 사실을 시인하면서 곽 교육감의 사법처리가 불가피해졌다. 곽 교육감은 강한 자진 사퇴 압력도 받고 있다. 검찰은 곽 교육감을 이번 주 중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쟁점은 쟁점은 곽 교육감이 건넨 돈이 대가성이 있는 지 여부이다. 곽 교육감 측은 ‘순수한 선의’를 강조하고 있지만 검찰의 칼끝을 돌리기엔 부족해 보인다. 또한 건넨 돈의 규모와 출처 역시 의문의 대상이다.

▶선의 vs 대가? 쟁점은 돈의 성격=곽노현 교육감은 지난 28일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 교수에게 올 2~4월 동안 대여섯 차례에 걸쳐 2억원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곽 교육감은 이 돈이 ‘순수한 선의’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 후보 단일화에 따른 대가성이 아님을 강력히 주장했다. 그는 “박 교수가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두 번이나 출마하는 과정에서 많은 빚을 졌고, 이 때 생긴 부채로 말미암아 경제적으로 몹시 궁박한 상태이며 자실까지 생각한다는 얘기를 듣고 모른 척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이진한)는 기자회견 직후 “기자회견과 상관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자신감은 이미 검찰이 수사를 통해 상당한 증거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박 교수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박 교수가 사퇴하면 곽 교육감 측이 선거 비용 등을 보전해 준다는 A4용지 다섯장 분량의 문서와 녹취록 등을 확보했으며 이를 통해 박 교수로부터 후보 단일화 대가로 원래 7억원을 받으려 했다는 진술도 얻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 교수에 대해 28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돈을 받은 박 교수가 혐의 사실을 실토한 만큼 곽 교육감에 공직선거법232조(후보자에 대한 매수 및 이해유도죄) 적용을 검토하면서 이번 주 안에 그를 소환조사한다는 방침이다.

▶뒷거래 규모는 7억? = 박 교수는 검찰에서 곽 교육감 측으로부터 받으려던 돈이 원래 7억이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선거 과정에서 약 7억원의 빚을 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재까지 검찰의 계좌추적 등을 통해 확인된 돈의 규모는 2억원이다. 검찰은 추가로 돈이 더 오갔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또한 박 교수에 넘어간 2억원의 돈의 출처 역시 의문이다. 곽 교육감은 올 3월 15억9815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서울 용산의 주상복합 아파트(약 11억원) 등 대부분이 부동산이다. 즉 현금으로 2억원을 단시간에 만들기엔 무리다. 때문에 일각에선 이 돈이 서울시교육청의 공금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곽 교육감에게 횡령 혐의가 추가되는 것이다. 곽 교육감은 기자회견에서 돈의 출처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서울시교육청 역시 “수사 과정에서 밝혀질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자진 사퇴, 사법처리 불가피 = 곽 교육감은 비리로 옷을 벗은 공정택 전 교육감의 대척점에 서 진보와 도덕성의 상징으로 여겨져왔다. 비록 혐의가 사실로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의혹만으로도 그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때문에 지난 선거에서 곽 교육감을 지원한 민주당 등 야권에서도 곽 교육감이 자진사퇴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곽 교육감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도 법정 공방은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곽 교육감이 자신의 입으로 돈을 준 사실과 액수를 밝힌 만큼 대가성을 입증하기만 하면 되는 검찰로서는 그를 재판에 넘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 판례 역시 검찰 편이다. 전주지법은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도의원 선거 불출마를 대가로 수천만원의 금품을 건넨 후보의 동생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수세에 몰린 곽 교육감은 일단 금품이 오간 사실은 인정하는 대신 박 교수가 처한 어려움을 외면할 수 없었다며 ‘도의적 지원’임을 강조한다는 전략이다. 선거가 끝나고 8개월이나 지나 돈을 전달한 것도 선거와는 무관하다는 근거로 사용될 수 있다. 그러나 “당초 돈을 요구했다는 얘기는 있었지만 실제로 오가지는 않았다”는 주장을 이틀 만에 번복함으로써 스스로 의혹을 키운 점은 곽 교육감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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