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엔고 毒杯’ 일본차의 딜레마
뉴스종합| 2011-08-29 13:28
원/엔환율 1400원대

1200원대 이익 마지노선 붕괴

저가공세 ‘큐브카’이익포기

제품 출시앞둔 혼다·도요타

출시 가격결정에 고심

일본 대지진 여파를 딛고 부활을 준비하는 일본차가 유례없는 엔고에 또다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하반기 연이어 신차를 출시하고 있지만, 요동치는 환율 때문에 차량 가격을 정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가격경쟁력을 갖춘 신차 출시로 시장을 탈환해야 하지만, 가격을 무작정 낮추자니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환율이 걸린다. 신차 출시를 앞둔 일본차 업계의 딜레마다.

29일 현재 원ㆍ엔환율은 100엔당 1405.38원으로 지난 7월 8일 1299.32원 저점을 기록한 이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최근 일본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했지만 여전히 원ㆍ엔환율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 국내 시장에 신차 출시를 앞둔 일본차 업계에는 ‘독약’과 같은 셈이다.

이미 박스카 큐브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일본차 부활 신호탄을 알린 한국닛산도 내심 고민이 적지 않다. 큐브의 판매가는 2190만~2490만원. 수입차로선 파격적인 가격대지만 큐브가 출시한 이후 원ㆍ엔환율은 쉼없이 오르고 있다.

한국닛산 관계자는 “처음 차량 가격을 측정할 땐 환율이 지금처럼 나쁘지 않았고, 오히려 향후 (환율이) 떨어지리란 전망도 많았다”며 “차량 판매가 급증하고 있지만 이런 엔고에선 좋아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이익을 포기하다시피하며 큐브를 판매해야 하기 때문에 본사로부터 물량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만은 않다. 올해 2500~3000대 가량 공급받을 예정이며 현재 본사와 추가물량 협상에 들어갔다. 한국닛산 측은 “눈앞의 이익보다는 고객을 더 많이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이 가격을 유지하며 큐브를 판매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11월까지 CR-V와 신형 시빅 등을 국내 시장에 선보이는 혼다코리아도 내심 고민이다. 1200원대 수준으로 떨어져야 가격경쟁력을 갖출 만하다는 게 혼다코리아 측의 내부 분석이다. 하지만 출시 예정 시기인 11월까지 불과 3개월 남짓 남은 시점에서 여전히 원/엔환율이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혼다코리아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약세를 보여야 하는데 오히려 환율이 계속 오르니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이제 대지진의 여파를 극복하고 신차 출시로 회복하려는 찰나에 이번엔 환율로 고생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도요타도 하반기에 7인승 미니밴 시에나 출시를 앞두고 있다. 다만 국내 출시될 시에나는 전량 미국 공장에서 들여올 예정이라 출시가격을 결정하는 데 엔고의 영향력에선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도요타 측은 “한ㆍ미 FTA 효과를 기대해 경쟁력 있는 출시가격을 선정하고자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김상수 기자/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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