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새 총리에 ‘엔고 저지 선봉장’ 역할을 해왔던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재무상이 선출되면서 금융시장은 일본의 환율 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노다 재무상이 총리가 된 만큼 급격한 엔고를 막기 위해 단독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해 온 일본의 움직임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2차 환율전쟁이 촉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노다, 엔고저지 선봉장=지난 29일 치러진 민주당 대표 경선에서 가이에다 반리 경제산업상에 대역전 승리를 거둔 노다 재무상은 경제정책에 능통한 ‘정책통’으로 통한다.
그는 재무상으로서 최근 가파르게 치솟는 엔화를 막기 위해 대규모 환시장 개입과 추가 금융완화정책을 단행했다. 지난 4일에는 엔화가 전후 최고치(3월17일 달러당 76.25엔)인 76엔대까지 치솟자 4조4000억엔을 투입해 적극적인 환율 방어에 나섰고, 일본은행을 통해 시중에 자금을 풀수 있는 자산매입기금 총액을 40조엔에서 50조엔으로 늘렸다.
그러나 약발은 오래가지 못했다. 환시 개입 직후 한때 79엔대까지 밀렸던 엔화는 닷새 만에 다시 76엔대를 회복했다. 이어 지난 19일에는 뉴욕 외환시장에서 장중 한때 달러당 75.95엔까지 치솟아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우며 일본 정부의 노력을 무색케 했다.
노다 총리는 환시 개입에도 불구하고 엔고 저지가 여의치 않자 지난 24일에는 수출기업 지원을 골자로 한 1000억달러 규모의 기금을 조성하는 비상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2차 환율전쟁 기폭제?=이처럼 엔고 저지에 힘을 쏟아온 노다 재무상이 총리직에 오르면서 금융시장에서는 일본의 환시개입이 더욱 탄력을 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자칫하면 2차 글로벌 환율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세계 각국은 자국의 통화가치를 하락시켜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치열한 환율전쟁을 벌였다. 노다 재무상이 올해 엔고 심화로 인한 수출경쟁력 저하를 막기 위해 단독으로 환시 개입에 나서고 수출기업을 지원하는 정책을 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본 기업들은 지난 6개월간 달러대비 약 8.6% 상승한 엔고로 발목이 잡혀 있다. 실제로 엔화가 1달러당 1엔씩 오르면 도요타자동차는 영업이익이 연간 300억엔, 닛산은 200억엔, 혼다는 150억엔, 소니는 20억엔씩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일본 수출기업들은 생산공장을 신흥시장으로 옮기고 닛산자동차 등 일부 기업은 수출 비중을 줄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노다 총리의 최우선 과제가 엔고 저지”라고 강조하면서도 “일본정부의 과도한 엔고 저지 움직임이 ‘2차 환율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환율전쟁이 ‘미국대 신흥국’ 구도였지만 올해는 미국, 일본, 스위스, 신흥국까지 가세해 전면전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환시개입 이중잣대도 도마에=한편, 노다 재무상의 환시 개입에 대한 이중잣대도 도마에 올랐다. 그는 지난해 한국을 겨냥해 “정기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나라여서 G20(주요20개국) 의장국으로서 역할에 의문이 든다”고 밝힌바 있다. 또 일본 정부의 환시 개입은 한국이 중국의 잦은 외환시장 개입과 달리 ‘일회성’이라고 설명하면서 자국의 환율정책을 옹호하는 이중성을 보였다.
당시 노다 재무상의 발언은 미국ㆍ중국 간 ‘환율전쟁’의 중재자로 나선 한국을 G20 의장국으로서의 자격까지 거론함으로써 외교 관례에 어긋난다는 논란을 불러 일으키기도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