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일반
高성장 불구 행복지수는 최하위…각분야 패자부활 기회 부여해야
뉴스종합| 2011-09-05 11:30
‘모든 여자가 성형수술을 받거나 받기를 희망하는 이상한 나라’ ‘대학 진학률이 80%에 달하는 비정상적 교육열의 나라’.

이인실 전 통계청장이 사석에서 미국의 한 사회학자가 한국을 가장 불행한 나라로 꼽으면서 들었던 몇 가지 이유를 인용해 설명한 말이다. 외국인의 눈에 한국인은 진학과 취업에서 끊임없이 경쟁에 시달리는 곳으로 비쳐진다는 얘기다.

이에 대한 이 전 청장의 해명 또한 흥미롭다. “한국은 지난 40년간 세계 어느 나라도 해내지 못한 압축적인 성장을 해온 나라이고, 압축적인 성장 과정에서 당연히 국민적 스트레스와 불행이 동반될 수밖에 없었다”고 해석했다.

자살예방 전문가인 이광자 이화여대 간호전문학과 교수의 분석도 비슷하다.

그는 “의학계에서는 자살의 주요인으로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꼽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자살의 15% 정도만 우울증이고 나머지 85%는 사회ㆍ경제ㆍ문화적 요인”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가 보는 사회ㆍ경제ㆍ문화적 요인이란 바로 한국이 경제적으론 급격히 성장하는 대신 실질적인 행복지수는 줄고 있다는 것. 2010년 한국의 행복지수는 103위. 우리의 화려한 경제성적표와는 정반대다.

그는 20~30대 자살률이 높은 이유에 대해 “대학 졸업 후에도 취업이 어렵고 이것이 집단의식과 연결돼 정체성 혼란이 온다”며 “내가 누구인지, 정말 원하는 게 뭔지 몰라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10대 중·고생은 한참 내가 누군지를 알아야 할 시기이며, 앞으로 어떤 목적으로 살아가야 할지 배워야 하는데 입시 위주 스트레스만 잔뜩 받다가 졸업한다는 것이다.

실제 통계상 10~30대의 경우 사망 원인 1위는 자살이다. 10대 사망자 중 자살이 차지하는 비중은 29.5%에 달하고 20대에서는 44.6%, 30대에서는 34.1%다.

이 밖에도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한국 내 자살 확산의 이유는 사회복지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나라 40~50대의 경우에도 첫 번째 사망원인은 암이지만, 자살이 두 번째 사망원인인 데서 짐작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단순한 처방보다는 이제는 국가가 나서서 사회복지 시스템 확대와 취업과 진학은 물론 사회 각 분야에서 패자부활제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은영 전 웰다잉운동본부장은 “기본적으로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사회복지 시스템이 갖춰지지 못한 데다 젊은이의 경우 한 번 실패하면 제대로 다시 일어설 수 없는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좌절감을 더 크게 느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지웅ㆍ하남현ㆍ백웅기 기자/goa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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