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기사
‘고대 성추행 의대생’ 사건은 끝나지 않았다
뉴스종합| 2011-09-10 09:08
동기 여학생을 집단 성추행하고 신체를 촬영한 고려대 의대생 사건이 지난 5일 학교 측이 가해 학생들에 대해 최고 수위 징계인 출교 처분을 내리면서 일단락 됐다.

여론과 피해자 측의 요구대로 가해 학생들이 학교 복귀가 원칙상 불가능한 최고수위 징계인 출교 처분을 받으면서 징계 수위 논란은 마무리 됐다. 현재 가해학생들은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사건은 두가지 중요한 과제를 남겼다. 명문대 의대생이 저지른 일이라는 점에서 예비 의료인의 윤리 의식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학내 성폭력 문제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두가지 과제를 풀기 위한 대안 마련에 학생ㆍ시민사회는 물론 정치권의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의료인의 윤리의식 자격화 해야”…의료법 개정안 움직임= 고려대 의대생 집단 성추행 사건을 계기로 성범죄를 의료인 결격 사유로 규정하는 법률 개정 움직임에도 가속력이 붙었다.

최영희 국회 여성가족위원장은 지난 6일 의료인의 결격 사유에 성범죄를 포함하는 내용의 의료법 일부개정안과 성범죄자의 의료기관 취업을 제한하는 내용의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최 의원이 제출한 의료법 개정안의 핵심은 의료인 결격 사유에 성범죄자를 추가하는 것이다. 개정안에 추가된 결격 사유 해당자는 ▷성폭력범죄 처벌특례법,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을 위반해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그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된 후 10년이 지나지 않은 자 ▷금고 이상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유예기간이 지난 후 7년이 지나지 않은 자 ▷금고 이상 형의 선고유예를 받고 그 유예기간 중에 있는 자 등이다.

현행 의료법 제8조는 의사의 특수성을 고려해 마약·대마·향정신성의약품 중독자와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 응급의료법, 시체해부 및 보존법, 혈액관리법, 마약류관리법 등을 위반해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형 집행이 종료되지 않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되지 않은 경우 의료인이 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환자의 몸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의사에게 더욱 엄격하게 적용돼야 할 성범죄가 결격 사유에 포함되지 않아, 성범죄자도 의사시험을 통해 면허를 얻으면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최 의원은 “고대 의대생 집단 성추행 사건을 통해 성범죄자는 사람의 몸을 직접 다루는 의료인이 돼서는 안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그러나 가해자들이 성범죄로 처벌을 받더라도 의사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의료법의 문제점이 드러나 의료인의 결격 사유에 성범죄를 추가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말했다.

고려대 의대생 징계 촉구 1인시위를 기획했던 김현익 송파시민연대 사무국장도 “일단 학교 측의 징계 조치로 사건은 마무리 됐지만 본질적으로는 의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앞으로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관련 활동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학내성폭력 척결하자…캠퍼스 내 반성폭력연대 움직임↑=학내 성폭력 문제에 대한 관심도 학생 사회를 중심으로 높아지고 있다. 학내 성폭력 문제는 대학 사회의 고질적 병폐 중 하나지만 대학들은 이렇다할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학교 측의 미온적인 대응으로 되레 피해자들이 2차, 3차 피해를 입으며 더 큰 고통을 받는 것도 예사다.

실제로 한국성폭력상담소에 따르면 2010년 한해 성폭력 상담 신청 건수 1313건 가운데 가해자와 피해자가 학교에서 알게 된 사이인 경우가 이중 143건(10.9%)이다. 박성혁 서울대학교 사회교육과 교수가 지난 2007년 전국의 4년제ㆍ2년제 대학 272개의 성폭력 예방 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서는 학내 성폭력 사건이 학생과 학생 사이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다행히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7월 고려대 졸업생 및 시민 56명이 “고려대가 피해자 보호에 소홀했다”며 접수한 진정을 계기로 고려대 뿐만 아니라 다른 대학까지 범위를 넓혀 학내 성폭력 문제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에 있다. 인권위 관계자는 “현장 조사 결과 타 대학까지 사례를 확대해야한다는 의견이 올라왔다. 아직 상임위에서 결정되진 않았지만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고려대 내에서는 여학생위원회 등 학내 5개 단체로 이뤄진 ‘반(反) 성폭력 연대회의’가 구성돼 학내 성폭력 인식 실태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반 성폭력을 주제로 토론회를 여는 등 반성폭력운동을 시작했다. 총학생회와 각 단과대학생회도 5일 오후 임시 전체학생대표자회의를 열고 성폭행 재발방지를 위한 학교 측의 노력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채택하기도 했다.

<박수진 기자@ssujin84>
sjp10@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