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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이 경쟁력이다
뉴스종합| 2011-09-16 08:51
우리 사회에서 불신과 무기력이 심화되고 있다는 소리는 오래 전부터 들어왔으나 최근처럼 그 분위기를 실감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꼭 찝어 표현할 수 없지만 심각한 위기가 우리 가까이 다가온 듯하다. 가족 간. 사제 간, 기업 간, 노사 간, 계층 간, 그리고 국민과 정부 간 불신의 골이 깊어만 가고 있고 이제는 국가 간에도 신뢰에 금이 가면서 세계경제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난 30여 년간 공직생활을 한 필자의 눈에는 그 무엇보다도 국민과 정부 간의 불신이 무겁게 느껴진다. UN의 전문가 조사보고서에서 공공신뢰(public trust)가 하락하는 증거들로 투표율 하락, 포퓰리즘의 증가, 극단주의적 이데올로기의 팽배, 정부 부패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 증가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우리 사회에서도 이러한 징후들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최근의 부패학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8%가 우리 사회가 부패하였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특히, 정치인, 기업인, 법조인, 공무원이 가장 부패한 직업인으로 인식하고 있다.

정부신뢰를 반드시 회복해야 하는 이유는 국민들이 정부의 윤리, 정직, 투명성에 대한 보다 높은 수준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신뢰의 회복 없이는 우리나라의 경쟁력 회복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과 정부 간에 신뢰의 끈을 다시 연결하기 위해서는 거버넌스와 공공행정 개선과 함께 부패 척결이 우선과제이다. 부패와 불신은 부정직에서 기인하는 바 크며 그 뿌리는 칡넝쿨처럼 매우 깊다. 유교문화권의 연고주의, 접대문화, 온정주의 등 부패친화적인 관행과 의식이 긴 세월동안 우리의 의식에 자리 잡아 왔고, 경제성장기에도 각종 규제와 특례를 통해 부패의 고리는 확대 재생산되어 왔다.

그러면 정부가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신뢰사회를 구축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할까? 먼저 부정ㆍ부패를 감시할 수 있는 그물망을 더욱 촘촘하게 만들어야 한다. 영국에서는 감사위원회가 주도하여 다수의 공공 및 민간기관이 참여한 가운데 데이터를 공유하고 자료대사를 통해 상시적으로 블랙리스트를 추출하여 공공분야의 부정을 조사하고 있다.

부정ㆍ부패행위에 대한 처벌을 더욱 강화하여야 한다. 모든 형태의 부정을 저지르는 자들은 그들이 발각될 위험(risk)과 자신들에게 가해질 제재(sanction)에 비추어 얻게 될 잠재적 이득을 비교할 것이다. 따라서 정부부처나 기관은 부정을 저지르는 것이 덜 매력적이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 이밖에 내부고발제도를 활성화하고 윤리의식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적 접근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성경에 “악한 사람의 집은 망할 것이나 정직한 사람의 집은 번창할 것이다”는 말이 있다. 정직하지 않고 부정을 일삼는 국민과 정부를 둔 국가가 어떻게 선진국이 되며 지속가능할 수 있겠는가? 한시바삐 가정, 사회, 국가 모든 수준에서 부패를 척결하고 정직의 덕목을 강화함으로써 신뢰의 탑을 쌓아가야 할 것이다.

감사원에서는 올해 봄 양건 원장이 취임한 이래 이른바 권력비리, 교육비리, 토착비리 등 3대 비리를 중점으로 부정ㆍ부패 척결에 감사원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공공 및 민간 분야 가릴 것 없이 정직을 토대로 공정성과 신뢰를 회복하여 경쟁력을 높이고 나아가 삶의 질은 높이려는 우리 모두의 노력이 절실히 요망된다.

염차배 감사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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