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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는 내 것을 함께 쓰는 것”
뉴스종합| 2011-09-16 11:16
척추측만증 필리핀 소녀

무료수술·체류비도 지원

주민들에 인공관절 시술

바쁜시간 쪼개 봉사활동

장학금·독거노인 돕기도

두 달 전 어느 날. 이준섭 검단탑종합병원장(51ㆍ사진)의 휴대폰이 시끄럽게 울렸다. ‘동북아우의연맹’이라는 단체였다.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상황은 급박했다. 올해로 42세 된 필리핀의 한 샴쌍둥이의 수술을 맡아줄 수 있겠냐는 내용이었다. 옆구리와 배가 붙어 태어난 필리핀 샴쌍둥이의 수술은 복잡했다. 피부 및 뼈 이식부터 인공 방광 및 성기를 달아야 하는 고난도의 과정이 필요한 일이었다. 당장 수술이 시급하지만 마땅한 기부자와 병원을 구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는 전화를 받자마자 수술 준비에 들어갔다. 검단탑종합병원이 필리핀의 팔라완 주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었고 유사한 수술 경험도 있어서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며칠간 의료진을 구성하고 대사관과 현지 담당자를 통해 준비를 했다.

하지만 수술은 이뤄지지 못했다. 샴쌍둥이 중 형이 동생을 위해 수술을 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바꿨기 때문. 고난도의 수술인 탓에 동생의 위험부담이 큰 상황이었다. 환자의 의지에 따라 수술이 취소됐지만 이 원장은 이 일이 두고두고 마음에 걸린다. 이 원장은 “적극적으로 돕고 싶었는데 마지막에 취소가 된 터라 아쉬움이 크네요. 취소가 아니라 연기가 된 거라고 생각합니다. 언제든 다시 도움을 요청하면 수술을 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나눔과 봉사로 생명을 살리다=사실 이 원장은 일전에도 선천성 척추측만증을 겪고 있는 13살 필리핀 소녀의 수술을 맡은 일이 있다. 소녀의 딱한 사정을 전해듣고 흔쾌히 수술을 맡기로 결정했다. 3000만원에 달하는 수술비와 수술을 받는 동안 필요한 체류비 전액을 지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009년 1월 병원 개원 후 매월 정기적으로 의료봉사활동을 하고 있으며, 지역 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지역 노인회관에 쌀을 전달하는 등 나눔과 기부에 앞장서고 있다. 매월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장학금으로 150만원과 쌀 100㎏을 기부하고 있다. 공동모금회를 통해 지난 3년간 기부한 금액만 1200만원이 훌쩍 넘는다. 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의료인들이 대부분 바쁜 일정 등으로 기부에 적극적이지 못한 경향이 있는데, 이 원장은 기부와 봉사에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있어 본보기가 된다”고 말했다.

그가 기부를 시작하게 된 건 2009년 1월께. 병원을 개원하면서부터다. 이 원장은 당연한 듯하면서도 실천하기 어려운 나눔 정신을 실천해왔다. 개원을 하자마자 첫달부터 ‘사랑더하기 봉사활동’을 통해 지역주민 무료 진료, 인공관절수술 무료 시행 등 의료 나눔을 시작했다. 이후 지역 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독거노인에겐 쌀도 보냈다. 이 원장은 그저 “병원을 운영하며 수익이 있으니 그 일부를 자연스럽게 기부하게 된 것”이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의술 나눔, 장학금 지급, 독거노인에 쌀 전달 등 전방위 기부에 나서고 있는 이준섭 원장은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남과 함께 나눠 쓰는 것이 기부”라며 환하게 웃었다.


▶“기부는 공유다. 내가 갖고 있는 것을 함께 쓰는 것”=이 원장은 기부와 나눔에 있어 두가지 키워드를 중시한다. ‘생활형 기부’와 ‘다양한 방식의 나눔’이다.

그는 “미국 등은 기부가 생활화돼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특정 기업이나 부유층 일부만이 참여하는 경향이 있어 안타까웠다. 자연스럽게 나눔을 실천하고 싶었다. 나눔 활동을 병원의 중점사업으로 만들어 매월 정기적으로 시행하고 나눔인식 확산을 위해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이 원장이 의료봉사활동에 앞장서는 이유도 기부의 방식이 다양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함이다. 그는 “나눔이라고 하면 많은 이들이 금전적인 것을 떠올린다. 하지만 현실적인 나눔은 능력을 함께 공유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병원이 의료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기부는 공유예요. 남는 것을 타인에게 나누어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함께 쓰는 거죠”라고 말하는 이 원장. 그는 의술로 인간의 고장난 몸을 고치는 정형외과 전문의이자 기부와 봉사를 통해 소외된 이웃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나눔전도사였다.

박수진 기자/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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